김 사 인

이 길, 천지에 기댈 곳 없는 사람 하나 작은 보따리로 울고 간 길

그리하여 슬퍼진 길

상수리와 생강나무 찔레와 할미꽃과 어린 풀들의

이제는 빈, 종일 짐승 하나 지나지 않는

환한 캄캄한 길

열일곱에 떠난 그 사람

흘러와 조치원 시장통 신기료 영감으로 주저앉나

깁고 닦는 느린 손길

골목 끝 남매집에서 저녁마다 혼자 국밥을 먹는,

돋보기 너머로 한번씩 먼 데를 보는

그의 얼굴

고요하고 캄캄한 길

시인이 말하는 깊은 풍경 속에는 외롭고 가난하고 슬픔에 빠져 소외된 노인이 앉아 있다. 슬픈 운명과 남루한 현실이 맞물려 인생살이의 힘겨움과 괴로움과 곤고함을 가슴에 안고 운명이려니 순응하며 살아가는 노인이 아닐까. 시인의 이런 소외된 인생에 대한 연민의 목소리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