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자 대구·경북
행정

대구시청사
대구시청사

대구는 2000년까지 국내 최대 섬유생산지로서 한국형 산업혁명을 주도했고, 경북은 전자철강산업의 중심지로서 우리나라 수출 전진기지로서 역할을 했다. 특히 대구와 경북은 오늘날 세계를 평정한 IT산업과 철강산업의 중심지로 대한민국 근대화의 심장이었다.

그러나 2002년 (주)LG필립스의 파주 이전, 2007년 삼성 및 LG전자 수원 및 평택, 베트남 이전 등 2000년 이후 지역 대기업의 수도권 및 해외(베트남 등) 투자 증가에 따른 역외 유출 심화로 지역 내 생산, 수출, 일자리 감소가 이어지며 갈수록 대구·경북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대구·경북이 침체의 늪에 빠진 사이 영국은 39개 LEPs, 프랑스 13개 메트로폴, 중국 20개 도시군, 일본 8개 광역지방계획, 미국 11개 거대 지방계획을 추진하는 등 세계는 지역 협력을 통한 국제 경쟁력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2014년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 이어
2016년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위 발족
권영진 시장·이철우 지사 공감대 형성
‘대구경북특별자치도’ 추진 급물살

인구 512만·GRDP 167조·면적 2만㎢
통합 실현땐 규모 경제서 확실한 우위
중앙정부와의 협상력 강화·권한 이양
광역행정기구·유사업무 통폐합으로
지출 감소·세수증가 등 재정확충 기대
취수원 이전·신공항 유치 갈등 해소하고
도시철도 광역화 등 획기적 전기 마련

“대구시 소멸하거나 특례시 격하 우려”
통합방식 두고 대구시민 반발 적잖아
‘행정보다 경제통합 우선’ 여론 지배적

경북도청사
경북도청사

인구 500만∼2천만 규모의 지역 경제권 형성, 교통·환경·사회 인프라 공유, 공간적 분업과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경제산업 위기와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활력 저하를 극복하고 세계와의 생존경쟁에 나서는 등 국가 단위 경쟁에서 광역권 단위의 생존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상생협력을 토대로 지역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대구·경북은 국가 단위 경쟁에서 광역권 단위 경쟁구도로 변화하는 추세에 발맞춰 광역단위 상생협력 이슈를 선점하고 대구경북통합에 시동을 걸고 있다.

대구경북통합은 2001년 이의근 당시 경북도지사가 주장했지만, 당시 경북도의 일방적인 발표로 오히려 대구시민들의 반발을 사며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수도권이 비대해지고 대구·경북이 쇠락을 거듭하는 지역경제와 청년 유출로 침체하면서 더 이상 방관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최근 대구경북통합에 힘을 실리고 있다.

이에 2014년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 출범에 이어 2006년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위원회을 발족하며 통합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제도적 기반이 취약한데다 시·도의 추진의지도 기대에 못미치며 한계에 직면하는 등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수도권이 갈수록 거대해지는 가운데 대구·경북은 오히려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는 위기감에 공감했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을 통해 지역발전의 새로운 도약은 물론 국가혁신성장과 분권형 국토균형발전을 실현을 선도해야 한다고 뜻을 합쳤다.

 

배터리 특구 에코프로 주변 공단 전경
배터리 특구 에코프로 주변 공단 전경

대구와 경북은 1981년 행정분리 이후 인구와 생산이 크게 하락했다. 인구는 당시 679만여명(경북 495만2천여명, 대구 183만8천여명)이었으나 2018년 기준 511만7천여명(경북 267만3천여명, 대구 244만4천여명)으로 총 167만3천여명이 줄었다.

GRDP도 수도권은 1985년 43.9%에서 2017년 50.3%로 7.0%p가 증가했지만, 지역은 1985년 전국대비 4,3%(대구 3조9천억원), 7.5%(경북 6조3천억원)에서 2017년 2.9%(대구 50조8천억원), 5.9%(경북 103조원)로 오히려 하락했다.

또 행정분리로 정부 공모사업과 기업 유치를 위한 출혈경쟁으로 행정비용과 경제적 손실이 증가하고 대구·경북을 연계하는 인프라 건설도 지연되면서 사회적 손실이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게다가 갈수록 기업은 물론 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방은 갈수록 피폐해져 지방소멸의 위기로 몰리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 대구시와 경북도는 수도권 블랙홀에 맞설 거점을 구축하고 지방소멸 극복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거대 광역자치단체가 필요하다며 대구경북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소속 대구경북행정통합연구단은 지난 3월 26일 대구시와 경북도 행정통합의 비전을 ‘대한민국 동쪽 수도 대구·경북’으로 정하고, 제주특별자치도와 유사한 형태의 대구경북특별자치도를 2022년까지 출범시킬 것을 제시했다.

이 연구는 광역권 단위의 상생 발전을 위한 구체적 법적 검토와 현실적인 경제성장 방안을 담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구·경북이 통합되면 인구 511만7천여명, GRDP 165조7천억원으로 경기도·서울시에 이은 제3의 도시가 된다. 면적은 1만9천916㎢로 서울의 32.9배, 수도권(서울·경기)의 1.7배가 된다. 이는 남한 면적의 20%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모의 경제’에서 확실한 우위를 갖게 된다.

중앙정부와의 협상력을 강화해 지역발전을 주도할 강력한 권한을 확보하게 되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과정으로서 강력한 분권국가로 나가는 추동력을 얻게 된다. 특례법을 통해 각종 중앙정부 권한을 이양받아 규제완화가 가능해지고 대구·경북 산학연관의 지원기회 확대로 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도 강화된다.

대구시와 경북도 등 광역행정기구는 물론 소방본부·공무원교육원·도시공사·교육청·보건환경연구원 등 유사 업무의 통폐합으로 주민편의를 고려한 광역행정서비스가 가능하고 유사·중복 사업 축소로 인한 지출감소는 물론 세수 증가로 인한 지방재정 확충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또 대구시와 구미시 간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취수원 이전문제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군위군과 의성군의 갈등 등 지자체가 안고 있는 갈등 해결은 물론 대구~포항, 대구~구미, 대구~신공항 등 도시철도의 광역화가 가능해지는 등 대구·경북 모두 획기적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의성군 비안면 통합신공항 후보지
의성군 비안면 통합신공항 후보지

그러나 대구경북행정통합방식을 두고 △대구경북특별자치도+대구특례시+시·군 체제 △대구경북특별자치도+시·군·구 체제 등 통합행정을 총괄할 ‘대구경북특별자치도’를 중심으로, 대구시에 자치권을 주는 ‘대구특례시’방안과 그렇지 않은 방안이 제시되면서 대구시민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는 두 방식 모두 광역시인 대구시는 없어지거나 오히려 특례시로 격하되고 기초자체만 남게 된다면서 이는 윈-윈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쪽을 희생시켜서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대구지역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지역에서는 행정통합 보다는 경제통합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은 자치단체장의 합의, 지방의회의 의견제시 및 주민투표, 국회 특별법 제정이라는 순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절차 보다 중요한 것이 시·도민들의 의사다. 대구·경북 통합에 대한 시·도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지역민들이 통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구체적인 통합대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며, 통합 대안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구·경북이 서로 윈-윈하는 최적의 행정통합방식이 나와야 시·도민은 동의할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경북통합이라는 화두는 인근에 있는 도시, 자치단체와의 좁은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대도시들이 지향하는 메가시티로 가자는 것이다”며 “모든 권한이 중앙에 집중돼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지자체별로 힘을 가지는, 그러한 흐름을 대구·경북이 선도하기 위해서 통합이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대구·경북이 처해진 현실이 너무나도 절박하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며 “이 일은 많은 시·도민들의 공감대가 모여지지 않으면 해쳐나가기 힘들다. 대구·경북 이익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기 위한 길을 만들기 위해 여러 전문가들의 논의 토론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시·도민들의 공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철우 도지사는 “대구·경북이 분리된지 40년, 인구가 40% 늘었는데 대구·경북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이런식으로 나가면 대구·경북은 존재가치가 없어진다”며 “장 단점을 잘 파악하고 장점을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대구·경북이 합쳐야한다. 500만이 함께 하면 (수도권과) 싸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