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혼술’ 습관 횟수·양 정해 놓고 마셔야
코로나 때문에 ‘혼술’ 습관 횟수·양 정해 놓고 마셔야
  • 김민정기자
  • 등록일 2020.06.02 19:44
  • 게재일 2020.0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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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술마시면 알코올 의존증
입원할 확률 9배나 높아져
여성은 남성에 비해 빨리 중독
음주 전 영양가 있는 안주 먹고
중간중간에 물 자주 마셔줘야

“술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안 마시면 허전한 느낌이 들어 자꾸만 습관처럼 찾게 돼요.”

직장인 A씨(29·여·포항시 남구)는 퇴근길에 집 앞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와 저녁을 먹으며 마시는 게 요즘 삶의 낙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모임이나 회식이 줄고, 다니던 헬스장마저 문을 닫으면서 저녁 시간이 붕 떠버린 게 시발점이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공허해진 마음을 ‘혼술’로 달래기 시작했다.

A씨는 “좋아하지도 않던 술을 매일 조금씩 마시다 보니 주량이 늘었다”며 “처음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술을 마셨는데 지금은 기분과 상관없이 찾게 된다. 맥주 몇 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혼술’에 빠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혼자 술을 마시거나 음주로 스트레스를 해결하면 우울증이나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시는 양과 횟수를 정해두고 자제해야 알코올 의존증을 막을 수 있다.

적당량의 알코올은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를 일시적으로 촉진하고 도파민과 엔도르핀 호르몬 수치를 높여 기분을 좋게 만든다. 하지만 적은 양의 알코올도 정기적으로 마시게 되면 뇌세포에 치명적이다. 특히 혼자 술을 마시면 소량을 자주 마시게 되는데, 점차 내성이 생겨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근 경북대 간호대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술을 혼자서 마시면 친한 친구와 함께 마실 때보다 알코올 의존증으로 입원할 확률이 9배가량 높아진다. 혼술은 주위 간섭없이 술을 즐길 수 있어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중독자가 되기까지 남성은 10∼15년, 여성은 5년 정도 소요된다. 여성은 남성보다 지방이 많고 알코올에 민감해 남성보다 빨리 중독에 이른다.

우울한 기분에 마시는 술은 오히려 몸을 스트레스에 취약하게 만든다. 알코올이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피질축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술로 우울한 기분을 달래는 경험이 반복되면 우리 뇌에 ‘스트레스=술’이라는 공식이 새겨진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술이 생각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오랜 기간 과음과 폭음을 반복하면 알코올이 장기적으로 세로토닌 분비 체계에 교란을 일으켜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증상을 악화시킨다. 점점 알코올 의존성이 강해져 일상으로 돌아와도 허전함을 느끼고 술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가급적 음주를 멀리 하는 게 최선이지만, 술을 마실 때는 집처럼 편한 장소보다 술집, 음식점 등 상대적으로 불편한 장소에서 마시는 것이 낫다. 집에서 혼술을 즐기고 싶다면 양을 정해놓고 마시는 게 바람직하다. 하루 소주 3잔에 해당하는 알코올을 30년 동안 마시면 뇌세포 파괴 속도가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식으로 뇌세포가 소멸하면 건망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뇌에 영양소와 산소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해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이다.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억을 담당하는 기관인 해마에 영향을 미쳐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할 수 있다.

혼술을 포기할 수 없다면 술 먹는 속도를 늦추는 것도 방법이다. 체내 알코올 농도를 희석시킬 수 있도록 중간 중간 물을 자주 마셔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술 마시기 전이나 음주 중에 영양가 있는 안주를 먹으면 좋다. 안주를 먹으면 알코올이 몸에 천천히 흡수되기 때문이다. 밤에 잠이 안 와 술을 마시는 사람일수록 음주를 삼가야 한다. 알코올은 깊은 잠을 방해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습관적 음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일주일에 몇 회를 마실지 정해두고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즉흥적으로 내킬 때마다 술을 찾게 되면, 술 없는 일상에 허전함을 느끼고 음주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 끝은 중독이다.

포항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알코올 도수가 중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양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면 도수가 아무리 낮은 술이라도 중독증이 생길 수 있다”며 “많이 마셔도 아무렇지 않은 상태를 두고 내성이 생겼다고 하는데 이는 그동안 술을 많이 마시거나 혹은 술을 자주 마신 사람의 체질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경우로 오히려 내성이 강한 사람이 중독자가 될 위험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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