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쇠제비갈매기 고향이 된 안동호
이제는, 쇠제비갈매기 고향이 된 안동호
  • 손병현기자
  • 등록일 2020.05.28 19:59
  • 게재일 2020.0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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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높아져 모래섬 가라앉아 서식지 잃자 인공 모래섬 조성
국내 최초로 인공구조물 만들어 번식 성공, 멸종위기서 구해

쇠제비갈매기가 낳은 알. /손병현기자

28일 오후, 안동댐이 축조된 곳에서 10여㎞ 떨어진 호계섬 인근에 다다르자 가로 50m·세로 20m 직사각형 모양의 모래섬이 나타났다. 안동호(湖)에서 호수 면적이 가장 넓은 이곳 주위 상공엔 “삐빅, 삐비빅” 소리를 내는 하얀 새떼로 시끌벅적했다.

기자의 시야에 나타난 주인공은 까만 정수리에 노란 부리, 하얀 몸통에 회색 날개를 지닌 멸종위기종 바닷새, 쇠제비갈매기였다.

생태관찰용 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곳 쇠제비갈매기는 새끼를 포함해 80여마리. 물고기를 잡기 위해 수직으로 곤두박질하거나, 잡은 먹이를 암컷에게 넘겨주는 수컷의 구애 장면도 목격됐다. 짝짓기를 마친 일부는 모래 위에 둥지를 틀고 2∼3개씩 알을 낳고 품는 중이었다.

안동시가 올해 반영구적으로 만든 안동호 인공섬에서 쇠제비갈매기가 번식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사라진 서식지를 대체하는 시도는 국내에서 안동호 사례가 처음이다.

시가 올해 쇠제비갈매기를 처음 관측한 시점은 지난달 6일 오후다. 이날 안동시는 쇠제비갈매기 10여마리를 섬 주위에서 발견했다. 현재까지 80여마리가 40여개의 알을 품거나 새끼를 키우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 안동호 수위가 높아져 기존 모래섬이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안동시가 급히 내놓은 특단의 대책은 ‘인공 모래섬’이었다. 우선 서식지를 잃은 쇠제비갈매기를 살리기 위해 물에 뜨는 플라스틱 조각(푼툰)을 이어 모래를 얹는 방식으로 예전 서식지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했다. 이른바 국내 최초의 ‘쇠제비갈매기 귀환 프로젝트’였다.

영구적이지 않는 일회성 모래섬이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문제는 퍼즐 조각처럼 플라스틱 구조물을 연결해 만든 것이라 강풍이 불면 인공섬 전체가 지진이 난 것처럼 일렁거린다는 점이다. 이에 시는 올해 예산 3억원을 들여 지난해와 같은 면적으로 반영구적인 인공 모래섬(가로 50m·세로 20m)을 만들었다. 녹 스는 걸 막기 위해 섬 테두리는 아연강판을 사용했다.

섬 위에는 모래(마사토) 160t을 깔았고, 섬 아래엔 물에 뜨는 드럼통 1천800개를 설치했다. 무게만도 340t이 넘는 섬을 띄우기 위해서다. 배수관 200개도 설치해 인공섬에 홍수가 나는 걸 방지했다. 섬이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t이 넘는 콘크리트 닻 6개를 수면 아래로 내리기도 했다.

예민한 새들을 위한 세심한 장치도 마련됐다. 쇠제비갈매기들을 인공섬에 안착시키기 위해 새와 똑같이 생긴 인공 조형물 12개를 설치했다.

이렇게 해서 만든 인공섬은 댐 수위가 늘어나 물속 12m 아래로 가라앉은 기존 쌍둥이 모래섬에서 120m 떨어진 인근에 설치됐다. 물이 줄었을 경우 충돌을 방지하자는 차원이었다.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경북대 생물학과 명예교수)은 “대체 서식지로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번식을 유도해 성공시킨 사례는 이례적이고 학술적으로 연구 가치가 있다”며 “개발 등 인위적 교란으로 오갈 데 없는 새들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멸종위기에서 벗어난 사례”라고 말했다.

‘제비처럼 작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진 쇠제비갈매기는 해변 생태 등 환경 변화를 알아볼 수 있는 깃대종(種)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낙동강 하구에선 거의 사라졌으며, 전문가들은 물 흐름을 방해하는 보(洑) 건설, 서식지 인근의 건설 사업, 백사장 유실 등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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