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국민의 기억 속에 좋은 국회는 없다. 파행과 성토, 반목과 단절로만 회상되는 국회가 있을 뿐이다. 회기가 끝날 때마다 ‘최악의 국회’를 돌아보아야 하는 국민이 아닌가. 제헌의회가 선 지 72년이면 무르익어야 할 경륜이 아닐까. 우리는 언제쯤 안심하며 국정을 맡길 만한 국회를 가질 수 있을까. 국민은 일하는 국회를 간절히 원하는데, 당신들은 당선의 영광에만 취해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힘부리는 권력국회를 원하지 않는다. 압도하는 파워국회를 바라지 않는다. 군림하는 제왕국회를 그리지 않는다. 국민의 마음이 반영되길 원하고, 나라의 앞길을 밝혀가길 기대할 뿐이다.

21대 국회가 문을 연다. ‘일하는 국회’를 통해서 국민은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의회의 주인은 국민이다. 링컨 대통령(Abraham Lincoln)도 ‘국민은 의회의 주인이 될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따르지 않는 의원은 언제라도 물러서야 한다’고 하였다. 힘없고 소외된 나라의 그늘진 곳에 어떤 기대와 소망이 존재하는지 살펴야 한다. 권력자의 오만함와 태도가 아니라 ‘친구의 마음’과 ‘가족의 시선’을 가져야 한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목소리가 없었을 국민을 챙겨야 하고 당신이 함께하여 희망이 생길 국민을 돌아보아야 한다. 오늘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지 못하면 당신은 이미 자격이 없다. 일상 가운데 국민이 겪는 어려움을 헤아려야 한다. ‘민생국회’가 되어야 한다.

세상이 바뀌었다. 지난 국회는 서 있었다. 아니 오히려 뒤로 가고 있었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 앞서가는 국회가 되어주시라. 권력에 도취되어 태만한 당신은 그만 만났으면 한다. 누구보다 변화에 민감하여 오히려 새길을 만드는 국회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 국회에는 상상력과 창의가 필요하다. 기발한 생각이 넘치고 풍성한 토론이 가득한 국회를 만나보고 싶다. 변화를 읽지 못하면 혁신을 이끌어낼 수가 없다. 바뀌지 않고는 존재하기도 버겁다. 구태와 폐습을 아예 허락하지 않는 국회여야 한다. 국민은 이전 그 어느 때보다 당신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있음도 명심하시라. 당신의 일상이 국민을 위한 일상임을 확인하고 싶다. ‘공부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국회는 다투는 곳이다. 생각을 겨루고 정책을 견주며 법과 제도를 가다듬어야 한다. 의견과 주장이 넘실거려야 하고 타협과 토론이 가득해야 한다. 생각의 힘이 부딪히는 마당이며 더 좋은 결론을 찾아야 하는 터전이다. 이성과 지성을 발휘해야 하며, 폭력과 고집은 내려놓아야 한다. 지난 국회에서 보았던 볼썽사나운 모습은 이제 그만 만나고 싶다. ‘품위있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국민은 목마르다. 우리의 생각과 목소리가 정당하게 전달되는 국회를 만나고 싶다. 민생국회, 공부하는 국회, 품위있는 국회가 되어 국민이 안심하는 국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새 국회에 높은 기대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