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이 영화 같진 않더라도…
나의 인생이 영화 같진 않더라도…
  • 연합뉴스
  • 등록일 2020.05.26 19:58
  • 게재일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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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희 감독 데뷔작 ‘국도극장’
29일 온·오프라인 동시 개봉
만년 고시생 기태역 맡은 이동휘
영화관서 일하게 된 비루한 인생
이한위·신신애의 담백한 연기 등
고단한 일상 속 잔잔한 위로 전달

영화 ‘국도극장.’ /명필름랩 제공
6년 넘게 사법 시험을 준비하던 기태(이동휘 분)는 사법고시가 폐지되면서 고향 벌교로 돌아온다. 홀어머니가 사는 집으로 선뜻 향하지 못하고 터미널에서, 술집에서 시간을 죽인다.

서울에서 뭐라도 됐을 줄 알았다고 비꼬는 어릴 적 친구나, 박사학위까지 받은 잘난 형이나, 아픈 몸으로도 여전히 그런 형만 챙기는 어머니까지 반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더는 도망갈 구석이 없는 기태는 어쩔 수 없이 낡은 재개봉 영화관 ‘국도극장’에서 매표원으로, 청소·관리자로 일하게 되고, 밤낮 취해 있는 간판장이 오씨와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동창 영은을 만난다. 영화 ‘국도극장’은 극적인 전개도 없고, 빛나는 순간과도 거리가 먼, 영화 같지 않은 기태의 인생 한 장면을 담담하게 보여 준다. 나도 아는 그 평범하고, 때로는 비루한 인생이 새삼 위로를 건넨다.

담배 한 모금이 겨우 누릴 수 있는 위로이자 사치였던 기태가 어느 순간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것처럼, 늘 고단한 일상에서 행복은 아주 잠깐 뜻하지 않게 찾아오니 그 순간을 놓치지 말자고 두 손을 붙잡고 다짐을 받으려는 것도 같다. 손으로 그린 영화 간판이 내걸리는 극장의 정경만으로도 전해져 오는 온기가 있다.

새롭게 보이는 건 주연을 맡은 이동휘뿐 아니라 오씨 역의 이한위, 기태 엄마 역의 신신애 등 배우들의 담백한 연기다. 실없거나 코믹한 연기로 대중에게 각인됐던 예전의 이미지는 떠올릴 수 없게 편안하고 또 짠하다.

독립영화에서 시작해 TV와 영화를 오가며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아 온 이상희는 영은 역으로 기태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긍정 에너지를 나눠준다. 이기적인 줄로만 알았던 기태의 형 희태에게마저 결국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도 연극 무대 출신인 배우 김서하의 힘이다.

명필름의 영화제작 시스템 명필름랩이 선보이는 다섯 번째 작품으로, 3기 연출 전공인 전지희 감독의 데뷔작이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제작·투자 프로그램인 전주시네마 프로젝트에 선정돼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였다.

개봉 버전은 92분, 감독판은 102분이다. 두 버전 모두 오는 29일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개봉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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