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일 근

아침에 반가사유하던 저 목련, 저녁에 꽃 문을 연다

봄날 햇살은 고양이 목덜미 털처럼 따뜻했고

바람은 고양이 목을 쓰다듬는 손길처럼 부드러웠다

나는 한낮에 나무 그늘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가는

저녁에는 꽃그늘에서 빛나는 시집을 읽는다

스스로 꽃 문을 열어 빛나는 나무의 연꽃들

그 빛에 젖어 함께 부활하는 행간의 아름다운 침묵을

무당벌레 한 마리 제 꽃등에 지고 돌아온다

세상의 어느 손과 어떤 주술이 꽃 문을 열 수 있으랴

꽃의 닫힌 문을 연 봄날 하루는 위대하였으니

하루가 경건한 느낌표로 남아 묵상하는 이 저녁

땅에는 목련꽃이 하늘에는 별이 불을 밝힐 것이다

머지많아 밤 휘파람새가 우듬지로 날아와 노래할 것이다

시인이 말하는 저녁은 일반적인 저녁의 의미와 다르다. 저녁은 마무리와 정지, 닫힘과 머무름의 의미를 품고 있지만, 시인은 ‘목련의 꽃 문이 열리고’ ‘스스로 꽃 문을 열어 노래하는 나무의 연꽃’이라 표현하며 저녁을 부활과 생성, 시작과 창조의 시간으로 새로운 인식의 틀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