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태 준

제깐엔 가마니 같은 눈을 뜨고도 성에 안 차 하는

족족 늦둥이 애한테 통박이다

마수걸이에 호되게 구시렁거리는 아범이다

봄 햇살에 내놓자 바구미들이 구탱이로 몰렸다

겨울 한철에 정미소 기둥이 한쪽 내려앉았다

구덩이에서 무를 꺼내나 반 썩어질 양

정미소가 제 폼을 찾으려면 먼데서 여럿 와야 할 모양이다

바구미 등처럼 까맣게 빛나는

봄날 오후의 하리 下里 정미소

겨우내 한산했던 정미소에도 봄이 찾아왔다. 시인은 아들을 통박 주는 늙은이와 묵은 쌀에 생기는 바구미의 동작을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다. 바구미 등처럼 까맣게 빛나는 봄날 정미소의 생동감 넘치는 풍경 한 장을 우리에게 건네 주어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해 주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