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 논설위원
안재휘 논설위원

4·15총선 전쟁이 시작됐다. 죽기살기식 혈투가 예상되는 이번 총선의 으뜸 화두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코로나19’다. 감염공포와 미래에 대한 불안, 일상 파괴의 고통에 찌든 국민을 홀리려는 정부와 여야 정당들의 ‘국고 빚 퍼 돌리기’ 경쟁이 가관이다. 40조니 100조니 하고 불러대는, 감도 안 잡히는 천문학적 금액이 시장판 야바위놀음을 뺨치게 한다. 비극은 그 나랏돈을 메꿀 방안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낯선 이름의 선거제도가 이 나라 정치의 골치아픈 애물단지가 됐다. 우후죽순 급조된 비례대표 전용 정당들은 물고기를 홀리려고 된장 발라 물속에 던진 통발들을 연상케 한다. 투기성 통발 선거야말로 국민을 피라미로 보는 대표적인 국민모독 정치행태다.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이 35곳으로 확정되면서 정당투표용지가 48.1cm 길이가 됐다니, 유권자들은 더욱 헷갈리게 됐다.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온갖 소란스러운 행각들을 보노라면, 이 나라 정치꾼들은 국민을 자기들 잔꾀에 무한히 놀아나는 하등동물 취급하는 게 분명하다. 대놓고 위성 정당을 만든 미래통합당의 행태를 무조건 괜찮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권의 타락한 짬짜미 4+1 다수의 횡포에 눌려 어쩔 수 없이 구경만 하고만 준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항하여 통합당이 위성 정당 ‘미래한국당’을 만든 속내에는 그나마 동정의 여지도 있다.

그러나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술수가 뚜렷한 위성 정당 놀음은 역겨움까지 부른다. 통합당의 위성 정당에 대해 오만 험구들을 다 동원하던 민주당은 재야 진보 인사들이 주축인 ‘정치개혁연합’마저 따돌리고 ‘더불어시민당’을 비례대표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항간에는 ‘경찰차를 빼앗아 타고 도둑질 하는 꼴’이라는 풍자까지 나올 지경이다.

그런데 그렇게 끝난 게 아니었다. 검찰에 기소된 전 청와대 요인까지 고삐 잡은 ‘열린민주당’은 또 뭔가. 부동산 투기 장난질이 들통나서 여당의 공천마저 보이콧된 전직 청와대대변인에다가 조국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 떼준 혐의를 받아 재판 중인 비서관까지 거기 얼굴 들이밀고 독설을 뿜어대고 있다. 김의겸의 ‘언론개혁’ 주장도 가소롭지만, 현 검찰을 쿠데타 세력으로 몰아 살생부까지 내돌리는 황의석의 행동은 혀를 차게 만든다.

민주당 공동 선대위원장이기도 한 이낙연의 ‘치욕은 잠깐이지만 책임은 4년’이라는 말 속에 민주당의 추접스러운 본심이 다 들어있다. 청와대와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온갖 정치 장난질은 번번이 허깨비 취급이나 당하는 제1야당 미래통합당과 황교안 대표의 수치이기도 하다. 민심을 갈라치며 국민을 능욕하는 권력자들의 ‘몰염치’ 행태가 목불인견인데도, 야당의 난장 공천까지 겹쳐 대안마저 마땅치 않은 국민은 참으로 고달프게 됐다. 투표할 때만 겨우 잠깐 ‘주인’ 노릇을 한다던가, 유권자들이 그 찰나의 ‘주인’ 행세라도 제대로 할 채비를 갖춰야 할 텐데…. 과연 잘 돼가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