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동네에 흐르는 ‘붉은 물’을 멈추자
가난한 동네에 흐르는 ‘붉은 물’을 멈추자
  • 등록일 2020.02.19 19:50
  • 게재일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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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돗물 이미지=연합뉴스 제공

지난 1월 지인이 보내준 서울 모신문사 기획시리즈 ‘2020 수돗물 대해부’에서 “가난한 동네엔 ‘붉은 물’이 흐른다”라는 자극적 제목의 기사를 읽고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 기사에서 대구시가 전국 17개 특별·광역시도 가운데 수질민원이 가장 많다고 한다. 그래서 수질민원이 제기된 구체적 장소와 매설 연수가 30년 이상 된 노후 급수관의 위치 그리고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위치를 조사해보니 이들의 위치가 서구 비산1동 주민센터 인근 지역 등과 상당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소득이 높은 수성구 대구은행역 인근 지역 등은 수질민원이 매우 적고 매설된 노후관의 숫자도 매우 작다는 것이다. 즉, 수돗물 수질의 빈부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수돗물 수질 빈부격차 해소는 국민 물 복지 실현으로

위 기사의 주 독자가 대구·경북이 아닌 수도권 주민일 텐데 굳이 대구를 사례로 한 것은 수질민원이 전국에서 가장 많고, 수질민원이 많은 위치에 노후관이 유독 많이 위치하며, 저소득층이 밀집된 지역과 매우 잘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여기에다 붉은 물도 빈부를 구분한다는 불편한 사실을 작년 붉은 수돗물로 곤혹을 치른 인천과 서울 등 주 독자층이 거주하지 아니하는 다른 지역의 사례를 들어서 애써 기사화하려 한 것으로 이해된다.

위 신문사가 폭로에 가까운 현 수돗물 수질 빈부격차의 문제제기는 매우 신선하며, 상수도사업 개선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였다. 그러나 정확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사실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구시가 전국 17개 특별·광역시도 중 수질민원이 가장 많다.”라는 기사의 사실관계를 파악해 보면, 그렇지는 않다. 가장 최근 상수도통계(환경부, 2018)를 보면 대구시는 2천204건으로 서울(4천680건), 전남(3천268건), 경북(3천41건), 경기도(2천704건)에 이어 5위이다.

이 자료로 대구시가 전국 수질민원 1위 지역이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지만 대구는 경북과 함께 상위 지역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울러 놀라운 것은 대구시 보다 인구가 훨씬 많고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부산이 298건에 불과하고, 광역시인 대전(56건), 세종(3), 광주(0)는 최하위권이라는 것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대구시의 수질민원 발생내역을 살펴보면 이물질출수(944건), 흐린물출수(814건), 수돗물냄새(297건), 녹물(270건), 실코트유출(92), 수돗물여부(62), 침전물(29), 백수현상(9), 벌레(7)의 순으로 파악되었다. 수질민원의 종류도 다양하고 민원에 녹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위 기사에서 표현한 “가난한 동네엔 ‘붉은 물’이 흐른다”라는 것은 상당히 과장된 표현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하고 많은 수질민원과 함께 취수원인 낙동강본류에 페놀부터 과불화합물까지 다양한 미량유해물질관련 수질오염사고를 계기로 수돗물 수질에 대한 신뢰는 바닥 수준이다.

수돗물 수질의 빈부격차 즉, 수질민원이 많은 위치에 노후관이 많고 저소득층 밀집지역이 일치한다는 사실이 불합리한 듯하여도 대부분 낙후된 재개발대상지역으로 낮은 임대료를 선호하는 저소득층이 몰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고소득층 주거지역은 대부분 새로운 개발지역이라 노후관도 적도 수질민원이 작을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물 문제는 생명과 직결되는 공공재이므로 국민 물복지차원에서 수질의 빈부격차는 해소하는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직·간접적으로 국민의 83.7%나 마시는 수돗물에 대한 재인식 필요

깨끗하고 안전한 물 공급은 국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 그래서 영국의 메디칼 저널은 20세기 인류의 평균 수명연장에 가장 공헌한 것은 상·하수도의 보급이라고 평가하였다. 우리나라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상·하수도 보급사업에 노력을 다해 왔다. 다만 이러한 보급 사업과 운영에서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현실과 부딪히며 개선되어야 할 여러 가지 것들이 많은 전문가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상수도의 가장 큰 문제는 수도꼭지에서 바로 받아 마시는 인구 비율이 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의회에서는 수도요금인상이나 상수도 재정지원에 매우 부정적이다. 그리고 좋은 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상수도 담당자의 사기도 떨어져서 우수 인력이 이탈하여 좋은 수돗물 생산이 어려워지고 이에 더욱 수돗물을 불신하여 직접 마시는 비율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돗물을 사용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직접 마시지는 않지만 끓여 먹거나 음식 재료로 먹는 비율까지 합하면 49.4%나 되고, 수돗물을 정수기로 정수하여 마시는 34.3%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수돗물 사용비율은 무려 83.7%에 달한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만약 수돗물 공급이 없다면 83.7%의 국민은 물이용에 엄청난 불편을 느낄 것이다. 이와 같은 상수도의 큰 역할을 요금인상과 재정지원을 결정하는 시의회와 물에 대한 인식을 주도하는 언론에서 먼저 이해하여 국민들의 물에 대한 인식을 재대로 갖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2020년 착수 ‘대구 물복지 계획’ 성공시켜 ‘붉은 물’을 멈추자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비율을 높이는 가장 큰 영향요소는 수돗물 수질에 대한 신뢰회복이다. 수돗물이 모든 사람에게 최고의 물이라고는 하지 못하지만 모든 유해한 물질들을 제거하여 재대로 먹을 수 있는 물이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수돗물에 만족하지 못한다. 모든 유해물질들의 수질 기준은 성인 남자들이 매일 2L씩 평생 마셨을 경우에 병에 걸릴 확률이 만분의 일 혹은 그보다 낮은 확률에 속하도록 농도가 설정된다.

그러면 가끔 확률이 만분의 일이라면 만 명 중의 하나는 병에 걸린다는 것이고 그게 바로 나라면 어찌하겠느냐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계신다. 나는 소중하니, 만분의 일이고 백만 분의 일이라도 그게 내가 될 수도 있으니 조금도 유해한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확률의 개념을 잘 못 이해한 것이다. 만분의 일이라는 확률이면 만 명 중에서 한 명은 걸린다는 것이 아니다. 만분의 일 혹은 십만 분의 일이라는 확률은 평생 그로 인한 사안이 발생될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는 말이 된다.

수돗물 수질기준 적용과 관리에 대한 인식개선이 수도사업자의 책임을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수도사업자는 원수 수질의 변화에 대응하여 항상 더 안전한 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더 많은 연구와 시설 강화를 해나가야만 한다.

수돗물 불신의 개선과 깨끗하고 안전한 취수원 확보에 노력하여야 한다. 취수원 상류는 개발과 그에 따른 수질오염에 항상 노출될 수 있어 안전한 원수확보를 위해 취수원 상류지역 주민과도 상생협력의 기반을 평소에 마련해 두어야 한다. 악화 우려가 큰 원수수질에 반하여 노후화되는 정수시설을 고도화시설로 개량하여야 하고 노후 수도관은 교체, 갱생과 세척으로 항상 깨끗한 물이 흐르도록 하여야 한다.

대구시는 올해부터 ‘시민이 사랑하는 물, 건강한 수돗물’을 비전으로 시민 중심의 수질정보공개 확대사업 등 수돗물 신뢰향상, 수돗물 사고 대응시스템 구축, 물 공급인프라 현대화, 물산업과 동반성장 등 ‘대구 물복지 실현 3개년 계획’을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지역 어디에도 ‘붉은 물’이 더는 흐르지 않으며, 수돗물이 가지는 소중한 가치를 높이 인식하는 한해 한해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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