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어느 부둣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정기 여객선이 도착해 사람들이 배에서 내리는 도중 배가 출렁이는 바람에 한 여자 승객이 발을 헛디뎌 바다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를 목격한 주위 사람들이 모두 고함을 치면서 발을 동동 굴렀으나 선원들은 이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기만 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런 무책임한 선원들이 어디 있느냐며 거세게 비난하기 시작했지요. 선원들은 여자가 두 번이나 물속에 떠올랐다 잠겼는데도 여전히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여자의 힘이 완전히 소진된 것을 알고서야 한 선원이 비호같이 다이빙해서 축 늘어진 그 여자를 구해서 올라왔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왜 처음부터 빨리 구해주지 않았느냐고 그 선원을 나무랐습니다. 선원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대답합니다. “모르시는 말씀들 하지 마십시오. 사람이 물에 빠져 자기 힘으로 살아보겠다고 안간힘을 쓸 때는 어느 장사가 구하러 들어간다고 해도 빠진 사람의 힘에 눌려 같이 빠져 죽게 됩니다. 그래서 이 여인이 힘이 다 빠질 때까지 기다린 것입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표현이 한때 유행했습니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누구나 1만 시간을 투자해 노력하면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 수준에 오를 수 있다는 말콤글래드웰의 이론입니다.

최근 안데리스에릭슨은 ‘1만 시간의 재발견’이라는 책에서 이 이론의 문제점을 밝힙니다. 그 분야의 마스터 코치 없이 무조건 1만 시간을 채우는 행위는 큰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는 겁니다. 여인을 구한 선원의 지혜처럼, 매사 그 분야에 가장 뛰어난 전문가의 조언과 피드백을 받으며 1만 시간을 채울 때 가장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발견이었습니다.

모두가 희망으로 시작한 2020년. 우리 곁에 날카롭고 지혜로운 멘토가 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