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어둠 물리치기
내면의 어둠 물리치기
  • 등록일 2020.01.12 18:42
  • 게재일 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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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정 한동대 4년·ICT창업학부

청소년 캠프에 대학생 봉사자로 참여해 진행했던 활동이 있다. 납작한 접시에 깨끗한 물을 담는다. 깨끗한 마음을 상징한다. 그 물에 후춧가루를 뿌린다. 더럽고 어두워진 마음을 의미한다. 다음 단계로 손가락에 세제 한 방울을 바른다. 어둠을 밀어내는 빛의 역할이다. 세제를 바른 손가락을 더러운 물 한 가운데 넣자 순식간에 후춧가루가 바깥으로 밀려난다.

캠프에서 이 활동을 한 이유는 그날 주제였던 <어둠 물리치기 Rejecting Darkness>, 곧 빛이 어둠을 몰아내는 모습을 경험적 자극을 통해 각인하려는 의도였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 그때 함께 했던 이 경험이 기억에 맴돈다.

최근 내 마음에는 어둠이 안개처럼 짙게 내려앉아 오래 머문다. 내면의 목소리는 나를 책망하기 바쁘고 더 잘할 수는 없겠느냐 다그치는 엄격한 검열관이 버티고 있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자존감이 쪼그라들고 그런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목소리만 커지는 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울하다.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어둠에 잠식당해 컴컴했던 마음의 밤을 물리치고 싶었다. 빛나는 새 아침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본다. 나의 밤은 이렇게 시작됐다. 4학년 2학기를 맞으며 휴학을 결정했다. 숨 가쁘게 달려온 대학 생활을 잠시 멈췄으니 느긋하게 쉬려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갑자기 외국계 기업에서 인턴을 경험할 좋은 기회가 생겨 쉬려던 마음을 내려놓고 그 길을 선택했다. 버겁고 힘들었지만 애써 무시한 채 머뭇거리는 두 다리를 머리로 달래며 걸었다. 나를 위한다고 쏟아내는 엄마의 조언은 잔소리를 넘어 참견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딸을 믿지 못하겠어요?” 꾹꾹 누르던 감정이 서러운 목소리로 변해 엄마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돌아서서 자신을 자책했다. 학교를 벗어나 접하는 회사의 환경도 낯섦 그 자체였다. 긴장했지만 그렇지 않은 척하며 처음 겪어야 하는 미숙한 내 모습과 한계를 보며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어두움이 깃든 내 마음에 빛을 비춘다면 어떨까? 내 아침은 이렇게 시작한다. 4학년 2학기를 맞으며 휴학을 결정했다. 그리웠던 내 방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기숙사에서 그토록 먹고 싶었던 집밥을 먹으며 가족들과 매일 눈 맞춤도 할 수 있다.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일이 있고, 출근할 수 있는 회사가 생겼다. 회사에 다녀오면 나름 쉴 수 있다. 고민이 생기면 언제든 엄마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비록 많이 서툴지만 아직 인턴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모르는 것을 친절히 알려주는 회사 분들이 고맙기만 하다.

아무리 예쁜 구슬을 모은다 해도 실과 바늘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화려한 스펙과 좋은 경험이 있다 해도 내 안에 감사와 기쁨이 없다면 예쁜 목걸이로 다시 태어나지 못한다. 그저 공간만 차지하여 굴러다니는 구슬일 뿐이다. 감사는 빛과 같다. 내 주변에 놓인 좋은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내가 의식조차 못 하는 사이 내면을 가득 채우는 부정적인 생각은 어느새 관성이 붙어 밤과 밤을 이으려 한다. 하지만 비록 지금 밤에 있다고 해도, 결코 아침을 건너뛴 채 내일 밤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매일 어김없이 뜨는 태양이 있기에 마음을 다잡는다. 아침이 오더라도 눈을 뜨지 않는다면 나는 영원한 어둠 속에 갇혀 있을지 모른다.

재미보다 기쁨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 영상을 보며 2~3시간 재밌게 보내는 것도 좋지만 돌아서면 공허한 그런 행위보다 30분이라도 차분히 책상에 앉아 글로 내 마음을 써 내려가며 삶의 기쁨을 채우는 시간 여행자가 되고 싶다. 혹 매일 그렇게 살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매일 감사하며 살고 싶다. 감사한 일이 너무 많은데 몇 가지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투덜거리고 스스로 어둠 속에 잠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고 싶다. 감사는 어둠을 물리치는 강력한 빛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이제 두 손을 앞으로 쭉 뻗고 내 마음에게 말한다. “어둠아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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