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일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장
공론화위 올해 건립 예정지 확정
시민참여단 숙의과정 거쳐 수행
“시민의 의식수준·민주적 역량
합리적인 결정 내릴만큼 성숙”

대구시 신청사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달성군(한국토지주택공사 분양홍보관), 달서구(두류정수장), 중구(동인동 현 청사), 북구(옛 경북도청 후적지) 등 4곳의 과열경쟁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 정치권에서 총선 이후로 후보지 선정을 요구하는 돌출변수가 나타나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김태일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장을 만나 신청사 후보지 선정의 필요성을 들어봤다.

- 지역 정치권의 연기 요구를 어떻게 보나.

△이미 두 차례나 후보지 선정이 좌초된 아픈 경험이 있다. 열악한 재정 여건 등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주 이유였다. 신청사 건립 문제가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던 2004년 이후 국회의원 선거 출마 후보자들마다 ‘신청사 건립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지역 사회가 분열돼 번번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신청사 건립을 미룰 것인가?

공론화위는 당초 시민들과 약속한 로드맵에 따라 올해 안에 신청사 건립 예정지를 확정할 것이다. 종전과 다르다. 사회통합적 의사결정이라고 불리는 공론 민주주의 방식에 따라 진행하고 있고, 대구시민의 최고 주권기관인 시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제정된 조례가 이번 절차의 정당성과 추진동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 일부에서 대구시가 입지를 내정하고 공론화 절차는 요식행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절대 아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얘기를 하는가? ‘가짜 뉴스’ 같은 것이다.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최종 예정지 선정평가는 250명 내외로 구성되는 시민참여단이 숙의과정을 거쳐 수행한다. 평가주체가 시민참여단으로 단일화되어 있다. 시민참여단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철저한 무작위 원칙을 적용해 구성한다. 평가 직전까지 누가 최종적으로 시민참여단에 포함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접촉이 원천 차단된다.

- 무작위로 뽑힌, 전문성이 부족한 250명의 일반시민들의 결정이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논란이 있다.

△대구에서 정책 결정과정에 공론화 과정을 도입한 것은 처음이지만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다수의 공론화 사례가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재개 여부 등 앞선 공론화 사례들을 볼 때, 일반시민들도 충분한 정보를 갖고 학습과 토론 등 숙의과정을 거치면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공론 민주주의는 정책 과제 도출, 정책 결정, 더 나아가 인사 결정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대구시민의 의식수준과 민주적 역량은 공론화를 통해 충분히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성숙해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는 시민원탁회의 등을 통해 다른 지자체들보다 먼저 숙의 민주주의 토대를 닦기 시작했던 도시다.

-‘공론 민주주의 방식’을 좀 더 설명해달라.

△여론이 무작위로 추출된 수동적 시민들의 직감적인 의견이라면, 공론은 학습과 토론(숙의과정)을 통해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갖춘 능동적 시민들의 의견이다. 공론은 여론보다 훨씬 질 높은 집단의견이라 할 수 있다. 정당성과 합리성을 높이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시민적 합의가 깃든 정책 결정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다수결민주주의 혹은 여론조사민주주의 방식이었던 기존의 시민참여형 의사결정 방식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 대구시 신청사 건립사업 추진 일정과 입지 선정기준은 어떻게 정하나.

△오는 28일 시민설명회를 거쳐 10월 초, 신청사 건립 기본구상, 후보지 신청기준, 건립 예정지 선정기준 마련을 마치게 된다. 10~11월, 구·군으로부터 후보지를 접수받고 12월, 250명 내외의 시민참여단을 구성해 건립 예정지 선정 평가를 실시한다. 이 평가결과 최고득점지역이 건립 예정지로 확정된다.

- 신청사 건립사업에 대해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신청사 건립은 처음부터 끝까지 ‘250만 시민의 뜻으로’ 추진된다. ‘어떤 모습의 신청사를 지을 것인가?’는 시민의 상상력으로, ‘어디에 세울 것인가?’는 시민의 판단으로 결정한다. 시민의 집을 짓는 것이고 대구의 미래를 짓는 것이다.

/이곤영기자@kbmaeil.com

    이곤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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