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에서 다좇치듯

처마에서 다좇치듯 떨어들지는

눈석임물 소리에 잠을 깨고는

웬일인지 한여름 툇마루에서

다듬이질하시던 어머님 생각

이른 봄 고드름에 대한 생각도

다른 어떤 생각도 아니라 바로

무더운 한여름 툇마루에서

다듬이질하시던 어머님 생각

리진은 함흥 출생으로 구 소련으로 망명한 시인이다. 이른 봄 눈 녹은 물이 섞인 차가운 물이 눈석임 물인데 이것은 소멸의 흔적이다. 시인은 툇마루에서 다듬이질을 하시며 자식과 가정을 위해 한 생을 바치고 허물어지고 녹아서 소멸해가는 빛나는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음을 본다. 그 어머니를 햇빛에 녹아내리는 눈석임 물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