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진정시키는 신호, 카밍시그널(下)
개를 진정시키는 신호, 카밍시그널(下)
  • 등록일 2019.09.03 20:18
  • 게재일 201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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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가 그 자리에서 동작을 멈추고 꼼짝 않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카밍시그널 중 하나이다.

사람의 뇌가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두개골 안의 뇌는 크게 셋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들 세 종류의 뇌는 인체활동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지휘통제센터로서 함께 일한다.

미국의 선구적인 뇌 과학자 폴 매클린은 인간의 뇌는 파충류 뇌(뇌간), 포유류 뇌(변연계 뇌), 그리고 인간의 뇌(신피질)로 구성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사람의 변연계란 뇌의 특정부위가 아닌 뇌의 가운데를 연결하는 여러 부위를 일컫는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반응을 지배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행동은 변연계 반응으로 나타난다. 변연계는 상황이나 환경에 대해 생각없이 반사적이고 순간적으로 반응한다.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신피질과는 다르게 변연계는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대한 진정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에게 변연계는 감정이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에 직면하면 행동을 지시하게 되고, 변연계의 생존반응은 신경계에 내장되어 있으므로 숨기거나 참기 어렵다. 변연계의 영향을 받는 행동은 통제하기 어렵다.

사람을 포함한 많은 동물들 그리고 개들이 위험에 반응하는 방식은 정지, 도망, 투쟁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개들이 자신보다 큰 개가 가까이 다가오거나 자신의 냄새를 맡으려고 하면 그 자리에서 동작을 멈추고 꼼짝 않고 있는데, 어떠한 위험 앞에서 정지하는 것은 대표적인 개의 카밍시그널(calming signal) 중 하나이다. 변연계는 위험을 감지하자마자 생존을 위해 즉시 행동을 멈추는 방법으로 반응한다. 대다수의 포식자는 움직임에 반응해 주의를 집중하므로 위험 앞에서 정지하는 능력은 생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개들은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 앞에서 멈추고 움직이지 않음으로 자신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표시하는 카밍시그널을 사용한다. 또한 평소보다 천천히 행동하거나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일만큼 느리게 움직이는 것도 강한 카밍시그널이다. 만일 개가 사람을 보고 겁을 먹는다면 사람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으로 카밍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 개가 사람을 두려워한다면 천천히 다가가면 개가 가만히 있을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개가 사람 앞에 앉은 상태로 등을 돌리거나 다른 개가 접근하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앉는 카밍시그널을 보냄으로써 상대를 진정시키기도 하는데, 낯선사람이 방문했을 때 개가 무서워하다가 낯선 사람이 그 자리에 앉으면 개가 진정되기도 하는데, 개들은 앉는 행동을 상대를 진정시키는 카밍시그널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개가 배를 위로하고 드러눕는 것은 복종의 신호이지만 배를 땅에 대고 엎드리는 것도 강한 카밍시그널이기도 한데, 개들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다른 개의 주의를 끌어야 할 때 배를 땅에 대고 엎드리는 신호를 보낸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개가 있다면 그 사람이 소파같은 곳에 엎드려보면 개가 안심하고 다가올 것이다. 개들은 대부분 다른 개들에게 직선으로 다가가지 않고 빙 돌아가거나 거리를 두고 지나가는 것으로 상대를 안심시키기도 하고, 으르렁거리며 공격적인 개들에게는 앞발을 들거나, 눈을 깜빡여서 상대를 안정시키는 카밍시그널을 사용하기도 한다.

사람은 감정이 폭발하면 인지능력이 제 기능을 못하고 이때 뇌의 모든 이성적 판단을 장악한 변연계 뇌는 투쟁반응에 집중하게 된다. 개들의 비언어 행동과 카밍시그널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이를 잘 알고 활용할 수 있게 되면 개의 행동에서 나쁜 조짐을 보일 경우 카밍시그널을 활용하여 아예 잠재적 위험을 피하거나 경고를 함으로써 삶에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삶은 말없는 생명체인 개들에게도 중요한데, 말없는 개들과 함께 살아가며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원한다면 카밍시그널은 개들과 말없이 소통할 수 있는 기본이 된다.

/서라벌대 교수(마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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