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선 호

밭을 갈아 골 만들어 씨를 뿌렸네

하기야 사람도 채소처럼 씨가 던져져

열매를 맺고 그렇게 살다가

사라져 다시 흙이 되는 것인데

지금까지 내가 적어 온 시들이

몇 천 원어치 씨 한 줌 될 수 있을지

몇 번이나 되물으며 씨를 뿌렸네

이제야 씨 뿌린 후 해 뜨고

비 내리고, 노을지고, 이슬 내려

어떻게 한 줌 씨 되는지

시가 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하네

채소씨를 뿌리며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자기가 써 온 시의 진실을 찾을 수 있었다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겸손하게 씨를 뿌리고 온 정성과 힘을 다 쏟아 결실을 얻는 농부처럼 자신의 시업(詩業)에도 열정을 쏟아 붓겠다는 겸허한 결의와 다짐을 하는 시인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