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저녁도 같이 나누고 만남 자체가 공부가 되는 지인이 얼마전 아침 일찍 카톡으로 서울에 인문학 강의를 듣기 위해 왔다면서 강의장의 모습을 보내 왔다. 끊임없이 갈망하고 진리를 찾아나서는 구도와 구학열에 내 자신이 사뭇 부끄러웠다.

학문이란 무엇일까? 배운다는 것은 용기이고 희망이며 삶의 지탱제이며 힘이다. 공자는 “배우기를 널리하고 뜻을 독실히 행하라. 깊이 묻고 가까운 것부터 생각하면 인덕이 그 안에 있다(박학독지·博學篤志)” 하셨다.

박(博)이라는 한자는 시방(十方) 즉 사방에 부는 논에 모를 넓게 심다의 의미로 새길 수 있다. 공부는 폭넓고 깊으며 반드시 자신의 행동이 지식으로부터 자유로움의 단계에 들 수가 있다. 독(篤)은 목표라는 지점을 두고 천천히 걷다보면 도달할 수 있다. 즉 말이 천천히 걸어서 뜻을 이룬다로 해석한다. 참선 속에 옛날 공부하는 사람은 하루 해가 가면 발뻗고 물었다라는 구절에 가슴이 꽉 막힌적도 있고 졸음에 시달려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렸다는 독한 수행과 구학에 자뭇 반성이 깊어진다.

성실과 근면이라는 두 단어가 너무 자주 들어 식상한 언어이고 가벼워져 보이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천만근의 무게이며 나에게 일러주는 한 글자의 대스승이다.

공부를 하는 사람은 항상 배고프다. 고민하지 않고 방황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다면 죽는 편이 낫다라고 말하고 싶다. 기회는 찾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자의 몫이다. 인생에는 누구나 세 번의 큰 기회가 온다고 한다. 어떻게든지 잡고 싶겠지만 기회는 늘 공부하고 독하게 뜻을 실현한 사람에게만 온다.

나에게 공부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며 자기 스스로 한정 지우는 속인의 의식에 있다. 그야말로 속좁은 인간일 뿐이다. 중용에서 또다시 강조한다. “널리 배우며 자세히 물으며 신중히 생각하며 분명하게 분별 독실해야 한다”. 즉 이것은 최종적인 학문자의 실천 방법이며 학문의 대 성취를 가져온다, 날마다 모르는 것을 알며 날마다 능한 것을 잃지 않으면 학문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

공부하지 않는 한 부모도 스승도 어찌할 수가 없다. 문고리를 잡아 당기면 문을 열어 젖혀야 한다. 학문은 신성한 아름다움이 있고 하면 할수록 좀더 일찍 열심히 했으면 하고 후회하는 가을 날이다.

자신을 위한 노력은 100세 시대의 삶을 위한 가장 위대한 방책이다. 넓고 독하게 마음먹고 같이 길 나서자. 모든 길이 새 길이지만 그 길이 인생을 환하게 열어줄 것이다.

솔뫼 정현식<서예가·솔뫼서예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