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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김기포 기자
등록일 2008-02-22 16:02 게재일 200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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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은 감동이 살아있는 가슴 벅찬 휴먼 드라마다. 영화 속에는 따뜻하면서도 서로를 격려하는 훈훈한 인간애가 땀으로 맞닥드린다.

은메달을 따고도 금메달 보다 값진 그 무엇이 영화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에는 있다.

우리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팀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그 여파는 최근 있었던 베이징올림픽 핸드볼 아시아 예선 한일 대표팀 재 경기로 이어졌고 영화 ‘우생순’은 그 덕분에 400만 관객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그 대박행진은 바닥을 헤매는 한국영화계에 체면을 세워준다.

영화의 줄거리는 아테네의 영광을 재현하는 전반전으로 시작한다.

나이 많은 노장 선수들이 하나 둘 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코트로 돌아온다. 그들은 올림픽 2연패의 주역이다. 그러나 팀이 해체되고 그들은 생계를 위해 대형 마트등지에서 일하게 된다.

이때 일본 프로팀의 잘나가는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던 혜경(김정은 분)은 위기에 처한 한국 국가대표팀의 감독대행으로 귀국한다.

후반전, 혜경은 초반부터 강도 높은 훈련으로 전력 강화에 힘쓴다. 그녀의 독선적인 스타일은 개성 강한 젊은 선수들과 불화를 야기하고 급기야 노장 선수들과 신진 선수들 간의 몸싸움으로까지 번진다.

이에 핸드볼 협회위원장은 선수들과의 불화와 여자라는 점을 문제 삼아 혜경을 감독대행에서 경질시키고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 안승필(엄태웅 분)을 신임 감독으로 임명한다.

무엇보다 자존심이 중요했던 혜경이지만, 미숙의 만류와 일본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감독이 아닌 선수로 팀에 복귀해 명예 회복에 나선다.

연장전, 감독으로의 성공적인 전향을 꿈꾸는 승필. 그는 선수들을 배려하지 않은 과학적인 프로그램과 유럽식 훈련 방식을 무리하게 도입해 한국형 핸드볼이 몸에 익은 노장 선수들과 갈등을 유발하고 오히려 대표팀의 전력마저 저하시킨다.

심지어 혜경과의 갈등으로 미숙마저 태릉을 떠나버리고 대표팀은 남자 고등학생 선수들과의 평가전에서도 졸전을 펼친다.

승부 던지기, 노장 선수들의 노력으로 무단이탈했던 미숙은 다시 대표팀에 합류하게 되고, 승필과 신진 선수들도 그녀들의 핸드볼에 대한 근성과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꿈에 도전하려는 투지를 인정하게 된다.

마침내 최고의 팀웍으로 뭉친 그들은 다시 한번 세계 재패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아테네로 향한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순간 그녀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희망을 던졌고 생애 아름다운 기적을 쏘아 올렸다.

영화는 어느 정도의 픽션과 허구가 가미되었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과 현실은 허구가 아닌 진실로 보인다.

우리나라 핸드볼 팀은 별로 많지 않다. 그 변변한 체육관도 별로 없다. 그래서 비인기종목인지도 모른다.

고생해서 우승하고도 팀 해체 때문에 헹가래를 받지 않던 감독들의 눈물이 핸드볼에는 있다.

영화 속에서 보면 주부선수들의 안타까운 모습들이 나온다. 그것은 아줌마를 뛰어 넘어 어머니의 기적이었다.

아이를 낳고 2주 만에 다시 운동하는 안타까움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때론 아이가 아파서 병원 갔다가 늦게 연습에 참여한 김정은의 투지는 여자는 약해도 그 어머니는 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혼 경력 때문에 무시당하는 선수, 나이 많은 선수와 젊은 선수와의 갈등, 나이 적은 감독과 선수들의 불협화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코트의 비정함, 이러한 서러움과 악 조건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힘을 모을 때 기적은 일어났다.

우리나라 여자핸드볼이 강한건 아줌마들의 힘이 아닐까. 어머니에게는 모성애가 있고 자식에 대한 사랑이 있듯이 아줌마들로 뭉친 선수들에게는 핸드볼을 사랑하는 열정이 있었다.

그렇다 열정이 투지를 만들어 내고 그 투지가 코트의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핸드볼선수들의 현실은 막막하다. 무엇보다 마음 편하게 뛸 팀이 없다는 것이 선수들의 뼈아픔 고백이다. 현재 등록된 실업팀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여자 대학부는 달랑 4개 팀이고 여자실업팀은 6팀이다. 초·중·고 합쳐도 20개 팀이 안된다고 한다.

선수들이 선수로서 뛰고 싶어도 팀이 없다는 말이 냉혹한 핸드볼의 현실이다. 이런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늘 좋은 성적을 내는 우리나라 핸드볼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것은 헝거리 정신이요 아줌마의 힘을 넘어 위대한 어머니의 힘이다.

이명박 당선인도 이 영화를 보고 울었다는데 우리 모두 힘든 인생의 여정 속에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기 위하여 갈등과 반목과 역경 속에서도 서로를 돌아보고 격려하며 하나됨을 이루어나가자. 우리생애의 최고의 순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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