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꽃섬’(2001년)을 시작으로 ‘스무 살의 모바일 퀸’(2003년), ‘이공’(2004년), ‘내 청춘에게 고함’(2006년), ‘우리 사랑 이대로’(2007) 등의 저예산 영화에 주로 출연해온 탓이다.
그 때문에 예술성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일부 마니아 계층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약한 편이다.
독특한 개성이 매력적인 김혜나를 30일 오후 늦게 서울 종로2가 스폰지하우스에서 만났다.
“아마 데뷔작이었던 ‘꽃섬’에서의 이미지가 강했던 탓인가 봐요. ‘꽃섬’ 이후에 그런 영화들로부터 섭외가 많이 들어왔고, 또 저도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공연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저예산 영화에 많이 출연하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저예산 영화에만 출연할거냐고요? 저도 배고픈데 먹고 살아야죠(웃음). ‘저예산 영화의 여왕’이란 애칭은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저도 이제부턴 상업영화도 찍고 활동의 폭도 넓혀서 좀더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어요.”
그런데 8월2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허스(HERs)’(감독 김정중, 제작 프리콤프로덕션)도 대표적인 저예산 영화다. 김혜나는 이 영화에서 머나먼 이국 땅 미국 LA에서 고독하게 방황하는 20대 여주인공 지나 역을 연기했다.
미국에서 몸을 팔며 살아가는 한국인 여성 지나의 정신적 방황과 자아발견을 다룬 한미합작영화 ‘허스’는 20대와 30대, 40대의 지나를 연기한 배우가 각각 다르다.
“글쎄요. 제가 연기한 20대의 지나는 창녀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나쁜 사람들 손에서 탈출해 이국 땅을 방황하고 다니는 외롭고 상처 입은 여성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어찌 보면 그동안 제가 많이 연기해왔던 어둡고 상처 입은 여성상의 새로운 모습인 것 같기도 하고…. 이 영화를 찍느라 지난해 3월부터 4월까지 한 달 정도 LA에 있었는데, 전 LA가 처음이었거든요. 특별한 느낌보다는 그냥 거기도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편안하고 무료하고 나른하더라구요. 연기를 하면서도 평소 낯선 곳에 갔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려고 노력했어요.”
김혜나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봤을 때는 오로라가 보고 싶어 알래스카에 가는 40대의 지나를 연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시나리오에 묘사된 40대의 지나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감독님께 40대의 지나를 연기하고 싶다고 졸랐죠. 하지만 안된다고 하시더라구요(웃음). 저도 더 이상 조르지는 않았어요. 사실 좀 무리라고는 생각했거든요. 30대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20대인 제가 40대를 연기하기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요.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억지로 하기보다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열심히 하는 게 바람직한 거죠, 뭐.”
김혜나는 최근 데뷔 7년 만에 처음으로 CF를 찍었다. 케이블TV 채널 수퍼액션의 8부작 드라마 ’S클리닉’도 촬영 중이다.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어요. 그동안 주로 어둡고 외롭고 상처 입은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는데, 이젠 좀 밝고 편안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특별한 여자 말고 그냥 보통 여자 같은 캐릭터 말예요. 전 실제로는 활발하고 수다스러운 편이거든요. 상업영화에 출연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상업영화라고 특별히 다를 게 없거든요. 적어도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전 저예산 영화ㆍ상업영화 나누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상업영화라고 다 예술성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저예산 영화라고 다 예술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거든요. 다만 저예산 영화의 경우에 예산이 없어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상업영화라면 표현할 수 있는 거죠.”
김혜나는 ‘허스’가 스폰지하우스 1개관에서만 개봉하는 것을 몹시 속상해했다.
“좀더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은데 속상해요. 더 많은 극장에서 개봉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이럴 때면 정말 200~300개관에서 개봉하는 영화를 해보고 싶다니까요.”
그러면서도 그는 저녁 7시에 예정된 ‘허스’ 일반시사회에 참석해 관객에게 무대 인사를 하기 위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