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부터 농약 살포·고추 유인작업… “오전 10시면 일 끝내야“
“요즘은 해보다 먼저 밭으로 나갑니다.“
22일 새벽 4시 40분, 청송읍의 한 고추밭. 동이 트기 시작한 밭에서는 한 농민이 고추 포기 사이를 오가며 줄을 단단히 고정하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사과 과수원에서는 또 다른 농민이 병해충 예방을 위한 약제 살포에 한창이었다. 마을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지만 농촌의 하루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청송 농촌의 작업시간도 완전히 달라졌다. 한낮에는 체감온도가 크게 올라 정상적인 농작업이 어려워지면서 농민들은 새벽 시간을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작업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청송읍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김영학 씨는 “새벽 4시 30분쯤 밭에 나와 고추 줄을 다시 묶고 상태를 살핀다“며 “해가 높이 뜨기 시작하면 작업 능률도 떨어지고 온열질환 위험도 커져 오전 10시 이전에는 일을 마무리한다“고 말했다.
지금 시기 고추밭에서는 쓰러짐을 막기 위한 유인줄 정비와 병해충 예방을 위한 방제 작업이 한창이다. 사과 과수원 역시 고온으로 병해충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른 아침 약제 살포가 중요한 관리 작업으로 자리 잡았다. 기온이 낮고 바람이 잔잔한 새벽 시간은 약효를 높이고 작업자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어 농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간대다.
파천면에서 사과와 고추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사람도 힘들지만 작물도 폭염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물 관리와 병해충 예방을 제때 하지 않으면 수확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더위와 시간을 모두 고려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당분간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농민들의 새벽 영농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폭염은 농민들의 일과를 바꿔 놓았다. 해가 뜨기 전 시작되는 농촌의 하루는 이제 여름철 청송 농업의 새로운 일상이자,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농민들의 또 다른 생존 방식이 되고 있다.
/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