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최근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의 호남지역 신규 투자설과 관련해 “대구·경북(TK)으로선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한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지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삼전닉스)가 지방에 대규모 투자를 결단해 준 것은 고마운 일”이라고 전제하면서, 삼전닉스의 호남투자를 수도권 중심 반도체 생태계가 지방으로 확장되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경북매일신문 취재 결과, TK지역 반도체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 지사의 발언에 수긍했다. 전문가들은 삼전닉스의 신규 팹 유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TK지방정부는 현실적인 전략 수립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이 지사의 의중에 동의하는 편이었다.
구미전자정보기술원 이왕훈 반도체 센터장은 “TK지역, 특히 구미가 대기업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에만 매달리면 오히려 전략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대규모 생산시설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국가 반도체 공급망에서 반드시 필요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산과 고신뢰성 실증 거점으로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구미가 지역구인 강명구 의원도 “호남이 패키징 후공정 거점으로 자리 잡으면 소부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TK지역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사실 TK지역이 반도체 공장 유치를 고수할 경우 수천 명 이상의 고급 엔지니어와 연구인력이 필요해 기업을 설득하기가 어렵다. 반도체 연구개발 생태계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대기업이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호남에 이어 TK지역에 ‘전공정 팹’을 건설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무엇보다 반도체 전공정 팹을 유치하려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적인데, TK정치권이 이러한 정치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삼전닉스의 호남 공장 추진은 아직 검토 단계지만, 현실화 되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TK지역도 이러한 삼전닉스의 국내 공급망 변화 흐름을 잘 이용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혁신적인 발상을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