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번의 기고를 통해 필자는 경북산업비즈니스벨트 조성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구미 등 경북 9개 시의 산업·연구·인재·투자 등의 총자산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이제는 그 벨트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 해답은 바로 경북 전역에 축적된 제조 기술과 산업 현장의 경험을 미래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지금 경북은 생산기지 해외 이전, 제조업 성장 둔화, 청년 인구 감소, 숙련 기술자의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산업 현장의 핵심 기술과 경험이 체계적으로 축적되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설비뿐만 아니라 사람이 핵심이다. 이 중에서 사람이 품질을 판단하는 감각, 공정을 최적화하는 노하우, 불량을 예측하는 직관, 생산성을 높이는 현장 경험은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귀중한 산업 자산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문서화되지 않고 개인의 경험 속에 남아 있다. 이제는 이러한 제조 분야의 기술자가 경험으로 축적한 자산(일명, 제조 암묵지)을 지역의 핵심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최근 산업통상부 장관이 직접 발표한 ‘제조 암묵지 기반 AI 모델 개발’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숙련자의 경험과 판단을 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AI가 학습하도록 함으로써 제조업의 AI 전환을 가속화하는 국가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연구개발 사업이 아니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는 산업 전환 정책이다.
특히 경북은 이 정책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이다. 포항, 구미, 경산, 영천 등 도내 전역에는 세계적 수준의 산업기술과 현장 노하우가 집적되어 있다. 여기에 우수한 지역 연구기관과 대학이 함께하고 있다. 이러한 자산들을 개별적으로 활용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경북 전역의 제조 경험과 기술을 연결하여 하나의 산업 데이터 생태계로 구축해야 한다. 필자는 이를 ‘경북 제조 기술 자산화 프로젝트’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북의 기업들이 보유한 ‘제조 암묵지’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데이터화하며, AI 모델로 전환하여 산업 현장에 재적용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더 나아가 숙련 기술자가 제공한 경험과 노하우가 데이터 자산으로 인정받고 지속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산업 모델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보존이 아니다.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이며 새로운 수익 창출 구조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공장의 규모가 아니라 데이터의 규모와 품질에서 결정된다. 앞으로 제조업의 가치는 제품 생산뿐만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지식으로부터 창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경험이 데이터가 되고, 데이터가 AI가 되며, AI가 다시 산업 경쟁력과 지역 성장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경북산업비즈니스벨트의 궁극적인 성공은 단순한 기업 유치나 산업단지 확대가 아니라, 기술의 자산화를 어떻게 체계화하고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심학봉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