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 후 당내 쇄신파를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계속 참고 버티는 모습이 신기하다. 판사 출신 재선의원으로서 자존심이 둘째가라면 서러울 텐데, 온갖 모욕을 당하면서도 자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6·3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색다른 평가를 하는 것 같다. 당권파 일각에서 광역단체장 16곳 중 서울·대구·경북·경남 4곳에서 승리한 걸 두고 “희망의 불씨를 지켜냈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는데, 장 대표도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장동혁 없는 선거’로 승리한 오세훈 서울시장, 장동혁에 의해 제명된 한동훈(부산 북갑) 의원, 당 도움 없이 외롭게 싸운 유의동(경기 평택을) 의원의 승리를 감안하면 누가 봐도 민심이 장동혁 지도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면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 세력이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고, 대다수 의원은 자신을 신임한다고 믿을 수 있다. 실제 TK지역을 비롯한 당내 상당수 중진은 2028년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두고, 같은 친윤계인 장 대표와 스크럼을 짜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주 당선된 정점식 신임 원내대표도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시간을 끌고 있지 않은가.
장 대표가 대권에 욕심을 낸다는 말도 나온다. 그가 내년 8월 2일 임기를 마칠 때까지 친한계를 비롯한 비주류를 모두 내쫓고 당을 친윤계 일색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면, 국민의힘 대권주자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난 11일 열린 당 최고위 회의 장면은 이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많은 국민이 TV를 통해 지켜봤겠지만, 이날 친한계 우재준(대구 북구갑) 청년 최고위원이 장 대표 사퇴 문제를 거론하자, 조광한 최고위원은 “철없는 소리를 한다”며 공격했고, 김민수 최고위원은 “본인 계파를 위해 뛰고 있다”며 면박을 줬다. 우 위원은 조 위원이 속개된 비공개회의 때 ‘어린놈의 XX’라는 말까지 했다며 분개했다. 이날 장 대표를 중심으로 조광한·김민수 두 위원이 오른쪽, 왼쪽에 앉아 호위무사처럼 엄호하는 모습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극우성향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주 국민의힘 내 개혁 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 25명이 장 대표 거취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면서 정점식 원내대표에게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자, 정 원내대표는 18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 일정에 맞춰 의원총회를 열겠다고 했다. 이날 의원총회는 장 대표 퇴진 시기와 방법론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지만, 사실 장 대표가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의원들이 현 지도부를 무너뜨릴 방법은 없다.
만약 국민의힘이 내년 8월까지 장동혁 체제로 유지되면, 민심이반은 가속화할 것이다. 특히 장동혁 지도부가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해 전국 6개 지역에 대해 재선거를 하자며 선거소청을 제기한 것은 충격적이다. 지방선거에서 극적으로 사수한 서울시장 선거까지 다시 하자는 소리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오세훈 시장을 상대로 ‘물귀신 작전’을 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보수정당의 앞날이 걱정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