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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폐자원’

등록일 2026-06-11 18:34 게재일 2026-06-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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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구경북의 다음 광산은 먼 해외 산맥이 아니라 우리 집 서랍 속 휴대전화, 수명을 다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안 공정 스크랩 속에 있을지 모른다. 예전에는 고장 난 전자제품과 폐배터리를 그저 처리해야 할 쓰레기로 보았다. 그러나 전기차, 풍력발전, 인공지능, 첨단 정보통신 산업이 커질수록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 같은 핵심광물의 가치는 더 커지고 있다. 

한국은 배터리와 반도체, 자동차를 잘 만드는 나라지만 핵심광물 정·제련 제품은 해외 의존도가 높다. 공급망이 흔들리면 지역 산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미래폐자원’ 순환이용 강화에 나서는 이유이다. ‘미래폐자원’은 환경문제를 넘어 자원안보, 산업경쟁력, 탄소중립을 함께 다루는 새로운 지역 의제다.


‘미래폐자원’이란 첨단산업에 다시 쓸 수 있는 핵심광물을 품은 폐제품과 부산물을 말한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리튬·니켈·코발트가, 통신장비와 인쇄회로기판에는 금·구리·은·희소금속이 들어 있다. 전기차 모터와 풍력발전기의 영구자석은 네오디뮴 같은 희토류 회수의 중요한 대상이다. 이런 자원이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단순 고철로 처리되면 지역은 원료와 경제적 기회, 탄소감축 가능성을 함께 잃는다. 배터리는 안전하게 방전하고 해체한 뒤 성능을 평가하고, 습식제련이나 직접 재활용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PCB와 통신장비는 귀금속과 구리를 정밀하게 회수하는 일이 중요하다. 다만 재활용이 언제나 자동으로 탄소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사용하는 전기의 종류, 공정 효율, 수거체계에 따라 효과는 달라진다. 그래서 ‘미래폐자원’ 정책은 단순히 많이 모으는 일을 넘어, 안전하고 깨끗하게 다시 산업원료로 돌리는 체계가 되어야 한다.
 

대구경북은 이 분야에서 충분한 출발점을 갖고 있다. 대구는 미래모빌리티 부품, 인쇄회로, 제어용 케이블, 사용후 배터리 시험평가센터를 바탕으로 수거·평가·안전해체·데이터 관리 중심의 도시형 거점이 될 수 있다. 경북은 포항의 이차전지 소재산업과 구미의 전자·통신 제조기반, 시험인증 인프라를 바탕으로 회수 소재를 다시 산업에 투입하는 실증 거점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대규모 재활용공장부터 서두르는 일이 아니다. 먼저 지역에서 어떤 폐자원이 얼마나 발생하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조사해야 한다. 소형 ICT 기기와 폐가전 수거망을 넓히고, 사용후 배터리 이력관리, 안전해체·선별·전처리 거점, 재생원료 인증, 지역 기업 장기구매계약을 단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폐자원’ 순환이 폐기물 감량, 지역 일자리 창출, 첨단산업 공급망 안정, ESG 경영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래폐자원’은 ‘버릴 것’이 아니라 ‘다시 쓰는 산업원료’이다. 대구경북은 생활 속 소형가전부터 공장 스크랩, 사용후 배터리, 영구자석까지 지역 단위 순환체계를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 정부 전략과 지역 산업 기반을 연결한다면 ‘대구경북형 핵심광물 순환경제 모델’을 선도할 수 있다. 탄소중립은 에너지를 덜 쓰는 일뿐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자원을 오래 쓰고 다시 쓰는 일에서 시작된다. 대구경북의 다음 광산은 먼 해외가 아니라 우리 생활과 산업 현장 속에 이미 들어와 있다고 할 수 있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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