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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선 ‘수도권 셔틀’⋯대구·경북 혁신도시 ‘강제 정착’ 시험대

장은희 기자
등록일 2026-04-22 16:10 게재일 2026-04-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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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에 공공기관과 의료 관련 업체들이 들어서 있는 모습.

대구와 김천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이 ‘수도권 통근버스’ 운행을 폐지한다.

지난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46개 공공기관이 운영하던 수도권 통근버스가 오는 6월 내로 모두 운행을 종료한다.

대구·경북권의 경우 이미 한국전력기술(김천)이 3월 말로 운행을 전면 중단했으며, 한국교통안전공단(김천)도 4월 초 버스 지원을 끝냈다. 한국도로공사(김천)와 대구 신서혁신도시의 신용보증기금 등 남은 기관들도 계약 종료 시점에 맞춰 6월 중순까지는 모든 수도권 노선을 폐지할 계획이다.

연간 23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주말 기러기’를 지원하던 관행에 종지부를 찍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겨놓고 다시 서울로 가는 전세버스를 대주는 것은 이전 효과를 스스로 갉아먹는 일”이라며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버스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간 신용보증기금 등 6개 기관이 누려온 코레일 ‘장기단체 제도(주말 좌석 우선 배정)’ 역시 공정성 논란 끝에 오는 12월 전면 폐지된다. 연간 4만 석 규모의 ‘좌석 프리패스’가사라지면서, 이제 직원들은 일반 시민과 0.1초를 다투는 ‘KTX 예매 전쟁’을 치러야 한다.

지역 사회는 이번 조치를 혁신도시 활성화의 ‘마중물’로 보고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주말이면 인적이 끊겨 ‘유령 도시’라 불리던 신서·김천 혁신도시 상인들은 실질적인 체류 인구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신서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버스가 끊기면 직원들이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도 지역에 머물며 소비를 하지 않겠느냐”며 “최근 오피스텔이나 원룸 매물을 찾는 문의가 늘고 있다는 소식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현장의 공공기관 직원들은 “현실을 무시한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교육과 의료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로 발만 묶는다고 가족 동반 이주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논리다.

김천의 한 기관 직원은 “서울역까지 이동 시간을 포함하면 왕복 5시간이 넘는데, 금요일 기차표조차 구하지 못하면 사실상 고립되는 것”이라며 “결국 정주 여건이 나아지지 않으면 지역 정착이 아니라 ‘개인 차량 이용’만 늘어나 교통 혼잡과 탄소 배출만 가중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통근버스 폐지가 ‘진정한 정착’으로 이어지려면 지자체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현재 신서혁신도시는 대구한의대병원 등 의료 인프라가 들어서고 있지만, 고등학교 신설 등 교육 여건은 여전히 열악한 상태다.

지역 정계 관계자는 “버스를 없애는 강수(强手)가 성공하려면 자녀를 둔 젊은 층이 안심하고 정착할 수 있는 교육 특구 지정이나 정주 인프라 확충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는 멀어지고 기관 경쟁력만 약화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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