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치매) 초기 단계에서 후각 기능이 먼저 저하되는 이유를 세포 수준에서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치매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DGIST 뇌과학과 문제일 교수 연구팀은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알리 자한샤히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초기에 뇌의 후각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면역세포 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Alzheimer’s & Dementia 2026년 4월호에 게재됐다.
그동안 좋아하는 음식 냄새나 꽃향기를 잘 맡지 못하는 ‘후각 저하’는 치매의 대표적인 초기 신호로 알려져 왔지만, 뇌의 후각 영역에서 어떤 병리적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정상인부터 경도인지장애 환자,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이르는 단계별 사후 뇌 조직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질병이 진행될수록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타우(pTau)가 후각망울과 후각피질에 급격히 축적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동일한 후각 시스템 내에서도 부위별로 면역 반응 방식이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냄새 정보를 해석하는 후각피질에서는 ‘별아교세포(astrocyte)’가 주요 역할을 맡았고, 냄새 신호를 처음 받아들이는 후각망울에서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중심적으로 작동했다. 이는 같은 화재 상황에서도 위치에 따라 다른 소방대가 출동하는 것과 유사한 원리로, 부위별 맞춤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유전적 위험 인자인 ‘APOE ε4’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환자의 후각 시스템에서 ApoE 단백질 응집체가 공통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는 다양한 환자군에 적용 가능한 조기 진단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문제일 교수는 “후각 시스템이 알츠하이머병에 가장 먼저 취약한 이유를 시스템 차원에서 설명한 중요한 성과”라며 “서로 다른 면역세포 반응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조기 진단과 정밀 치료 전략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DGIST 정다혜 박사과정생이 주도했다. 연구팀은 2025년 아시아 치매·신경퇴행성 질환 국제학술대회 ‘IC-KDA & ASAD 2025’에서 ‘Young Investigator Award’를 수상하며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