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서 이어진 반쪽 비석… 주인은 누구인가
경주에서 서로 다른 시기에 발견된 비석 조각 두 점이 83년 만에 하나로 이어졌다.
그러나 비석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신라일까, 고구려일까. 학계의 논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은 13일부터 ‘83년 만에 만남, 경주 월성에서 찾은 비석 조각’ 특별전을 열고, 1937년과 2020년에 각각 발견된 비석 조각을 처음으로 함께 공개한다.
전시는 오는 8월 17일까지 이어진다.
문제의 비석은 경주 월성 서편에서 나왔다. 1937년 발견된 첫 조각에는 ‘存(존)’ 한 글자만 남아 있었고, 심하게 훼손돼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이후 2020년 월성 해자 발굴 과정에서 또 다른 조각이 출토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貢(공)’, ‘白(백)’, ‘不(불)’, ‘天(천)’ 등 일부 글자가 확인된 이 조각은, 정밀 3D 스캔 조사 결과 기존 조각과 파손면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각각 반쪽으로 나뉘어 있던 글자가 결합되며 ‘稱(칭)’이라는 글자가 완성된 점은 두 조각이 동일 비석의 일부임을 입증하는 결정적 단서가 됐다. 떨어져 있던 시간만 83년. 단절됐던 유물이 과학기술로 다시 이어진 셈이다.
학계의 관심은 이제 이 비석의 ‘정체’로 쏠린다. 가장 큰 쟁점은 서체다. 해당 비석은 신라 비석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해서체가 아닌 예서체로 새겨졌다.
예서체는 고구려 비석에서 주로 확인되는 양식으로, 광개토대왕릉비 일부 글자와의 유사성도 지적된다. 이 때문에 5세기 고구려와의 관련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비석의 재질이 경주 남산 일대에서 채석된 화강암이라는 점, 정교한 표면 가공 방식이 통일신라 시기 이후 본격화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신라 제작설 역시 힘을 얻고 있다. 서체만으로 제작 주체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글자는 총 16자. 이 가운데 판독 가능한 글자는 일부에 불과하다. 비석이 전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는지도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유물 공개를 넘어, 결론 나지 않은 역사적 질문을 관람객에게 그대로 던진다. 국립경주박물관 측은 “추가 조각이 발견될 경우 비석의 성격과 제작 주체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83년 만의 재회가 밝혀낸 것은 하나의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질문이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