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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기능 내려놓고 셀프 감리?…한국농어촌공사 고령지사, 수문 포기 이어 ‘이해충돌’ 논란

전병휴 기자
등록일 2026-04-05 09:55 게재일 2026-04-0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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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촌공사 고령지사(이하 고령지사)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지 3월24일, 29일 9면 보도)

농업용 수문 관리 업무를 일방적으로 지자체에 반납한 데 이어, 자신들이 시행하는 대규모 사업의 감리까지 직접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공공기관의 책임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령군의 전체 수문은 55개다. 이중 고령지사 수십 년간 위탁 관리해 오던 수문은 24개였다. 지난해 24개의 수문 관리를 일방적으로 포기했다. 이에 따라 고령군이 55개 수문 전체를 관리하고 있다.

수문 관리는 단순한 시설 유지가 아니라 농업용수 공급 및 영농 시기와 직결되는 ‘핵심 기반시설 업무’다. 관리 공백이 곧 농민들의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고령지사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연간 약 4조 7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운용하는 거대 공공기관이 핵심 기능 수행 인력조차 없다는 해명은 설득력을 잃었다는 비판이다.

논란은 단순한 업무 축소를 넘어 공사의 사업 추진 방식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령지사는 현재 진행 중인 고방지구 및 다산지구(고령군 발주) 관련 사업에서 시행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감리까지 직접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공공사업에서 감리는 부실 공사와 예산 낭비를 막는 마지막 안전장치로, 시공과 철저히 분리된 독립적 주체가 맡아야 한다. 건설 분야 전문가는 “시행 주체가 감리를 직접 수행하는 것은 스스로를 점검하는 ‘셀프 검증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는 공공사업의 기본 원칙인 견제 기능을 무력화시켜 품질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거 고령지사가 시행했던 사업의 부실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개진면 일원에서 추진된 ‘진촌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에는 총 65억 1000만 원 이라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으나, 시설 활용도 저조와 운영 부실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당시에도 체계적인 사후 관리와 성과 평가가 없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개선 조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사업만 크게 벌이고 관리는 흐지부지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불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인력 부족이 아닌 ‘조직 운영 전반의 기형적 구조 문제’로 진단하고 있다. 귀찮고 책임이 따르는 핵심 기반시설 관리는 내려놓으면서 대규모 사업은 지속하고, 그 권한이 집중되는 감리까지 내부에서 독식하는 구조는 공공기관의 정체성 자체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힘들고 책임지는 일은 지자체에 떠넘기는 ‘무늬만 국가기관’이라는 오명을 쓴 한국농어촌공사 고령지사가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어떤 해명과 대책을 내놓을지 엄중한 책임 규명이 요구된다.

 /전병휴기자 kr583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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