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성공적 행정 통합을 위한 ‘마지막 퍼즐’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구역 개편을 넘어 진정한 ‘지방시대’의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지난 30년간 멈춰 서 있던 지방자치의 권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통합특별시라는 거대 기구가 출범하더라도 중앙정부로부터 실질적인 재정권과 배타적 행정 권한을 이양받지 못한다면, 결국 몸집만 커진 ‘중앙 집권적 관료주의’의 재판(再版)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행정 시스템의 디지털 통합과 무너진 지역 산업 생태계의 복원 등 실무적 차원의 준비도 시급하다. 이름만 바꾼 통합이 아니라, 시·도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실전’의 영역에서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무늬만 자치 30년⋯‘사무’와 ‘재원’의 치명적 간극 메워야”
하혜수 교수는 2일 행정통합에 앞서 먼저 자치제도 30년의 성과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는 지방행정 분야에서 꾸준한 사무 이양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방사무 비율이 2025년 기준 36.7%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하 교수는 “특히 재정분야가 심각하다. 2022년 기준 지방세 비율은 24.6%에 불과하다”며 “수행해야 할 사무는 늘어나는데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재정적 곤궁’ 상태가 지방분권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무 비율(약 37%)과 지방세 비율(약 25%) 사이의 12%포인트 간극이 정책 성과를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 교수는 통합특별시의 재정적 성공 조건으로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의 7대 3 개선을 강력히 주문했다. 세입 분권 없는 행정통합은 중앙정부의 처분만 기다리는 거대 관료 조직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또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0년 이상 내국세의 19.24%로 고정된 지방교부세 법정 비율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세 이양에 따른 재원 감소를 보전할 확실한 장치가 특별법에 담겨야 한다는 취지다.
지방정치 분야의 낮은 성과 역시 지적됐다.
하 교수는 “주민투표제는 요건 완화에도 대상이 제한적이고, 주민소환제는 삼중의 제한 탓에 성공률이 1.42%에 불과하다”며 “통합 과정에서 정당공천제 확대로 인한 중앙 정치의 과도한 영향력을 경계하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참정권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성수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 “디지털 행정 혁신과 산학연 생태계 복원이 실전의 영역”
황성수 교수는 이날 행정 현장의 디지털 혁신과 산업 생태계 복원이라는 실무적 과제를 성공의 열쇠로 제시했다.
황 교수는 “행정통합을 위해 컴퓨터 몇 대만 옮기면 되는 작업이 아니다”라며 최근 발생했던 정부 행정망 마비 사태를 사례로 들었다. 토지 정보, 지방재정 등 방대한 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은 데이터 전환과 사전 준비에 막대한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는데, 현재 준비가 미흡하다는 우려다.
황 교수는 “한국지역정보개발원 등 전문 기관과 협업해 충분한 예산과 전문 인력을 미리 확보하는 정교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계별 인력 배치와 시스템 검증 없이는 통합 초기 행정 공백과 시민 불편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산업 측면에서는 무너진 산학연 클러스터의 복원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황 교수는 “과거 특정 학과를 나오면 포항·구미 대기업에 취업하던 선순환 구조가 무너졌다”며 로봇과 자동차 부품 산업이 지역 대학과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메가 공유대학’ 구상이 행정통합과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지역 산업 경제 생태계 협의체’ 창설을 제언했다.
황 교수는 또한 ‘모빌리티(Mobility)’ 분석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강조했다.
그는 “사람과 물류의 이동 패턴 분석을 통해 대구가 소비하고 경북이 생산하는 체제가 유기적으로 순환돼야 한다”며 “물리적 결합을 넘어 생산과 소비를 잇는 ‘이동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통합특별시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