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에 재선충 목재 수백 t”… 경주시, 이 정도도 몰랐나?
경주시가 추진하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재사업이 사실상 감독 부재 속에 방치되면서 ‘행정 무능’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개인 토지에 재선충 벌목 목재 수백 t이 장기간 쌓여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자, 기본적인 관리·감독조차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문제가 된 곳은 경주시 천북면 화산리 산184번지 일대. 이곳에는 재선충 방재 과정에서 발생한 벌목 목재가 대량으로 적치돼 있었다.
그러나 해당 토지는 개인 소유로, 토지주 동의 없이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태는 단순 행정 착오를 넘어 ‘무단 점유’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재선충 방재사업은 감염목을 벌목한 뒤 즉시 파쇄하거나 소각 처리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병해 확산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그런데도 현장에는 수백 t에 달하는 목재가 장기간 방치돼 있었다. 방재사업의 기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주민들은 “이 정도 물량이면 며칠 사이에 쌓인 게 아니다”라며 “경주시가 몰랐다는 게 더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행정의 눈과 손이 모두 닿지 않았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방재사업이 아니라 목재 야적장을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토지 소유자는 “사전 동의는 커녕 어떤 협의도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어 “건조물 침입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관련 업체에 대해 형사 고발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수백 t의 목재가 개인 땅에 쌓일 때까지 행정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한 재산권 침해이자 행정 방기라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책임 회피성 대응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토지 사용 문제는 토지 소유자와 업체 간의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방재사업 전 과정이 지자체 관리 아래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해명은 책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체 관계자는 “직원이 동의를 받은 줄 알았다”며 사실상 관리 부실을 인정했다. 계약도 없이 개인 토지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사업 관리 체계 전반에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환경단체는 사안의 심각성을 더욱더 강하게 지적한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재선충 감염목은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해충이 부화해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며 “특히 5월경은 부화 시기와 맞물리는 중요한 시점이다. 수백 t의 목재가 방치된 상황 자체가 방재 실패를 의미한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현장 실수가 아니라 ‘관리·감독 부재’, ‘책임 회피’ , ‘방재 원칙 붕괴’가 동시에 드러난 ‘총체적 행정 실패’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 상황이면 몰랐던 게 아니라 안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경주시 행정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이유로 지적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주시는 이제라도 즉각적인 목재 처리와 함께 경위 조사, 책임자 문책에 나서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행정 무능’이라는 비판은 일회성 논란에 그치지 않고, 지역 행정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