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 인류·국가 지속 발전 공동 목표 합의 빈곤 종식·기후 위기·경제사회 문제 대응 지구에서 살아남을 최후의 생존 매뉴얼 ‘내일’이라는 나무를 오늘 심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모레’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17세기 네덜란드의 철학자 바뤽 스피노자(1632-1677)의 명언으로 널리 알려진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절망적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철학으로, 현재 전 세계 147개국 교육과정에서 인성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 숭고한 문장은, 오늘날 기후 위기와 인류 멸망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폴리크라이시스(Polycrisis·복합 위기)’ 시대에 가장 강력한 울림을 주는 메시지이다.
과거엔 “지구 종말” 또는“인류 멸망”이라는 단어는 종교적 예언이나 공상과학 영화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기후변화, AI의 급속한 발전, 세계경제 환경의 불안정 등 수많은 불확실성에 둘러쌓인 2026년 현재, 우리는 이 단어가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실존적 경고임을 목격하고 있다. 지구 가열화(Global Warming을 넘어선 Boiling)는 ‘임계점(Tipping Point)‘을 향해 치닫고 있으며, 생물 다양성의 붕괴와 극심한 불평등은 사회적 회복 탄력성을 갉아먹고 있다. 째깍거리는 지구의 시계가 가르키는 ‘종말’은 이제 은유가 아닌 현실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수많은 과학자가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이 될 것이라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고 경고해 왔다. 이러한 경고와 절망적인 지표들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력감에 빠지거나‘기후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어차피 끝날 지구라면, 지금의 노력이 무슨 소용인가?”라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절망적 상황에 낙담하여 모든 의욕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지구 종말의 위기 속에서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그 결연한 의지를 다시 소환해야 한다. 희망이 사라진 절망적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하는 ‘적극적 대처(Active Coping)’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 시절 스피노자가 말한 사과나무가 내세에 대한 희망이나 개인의 도덕적 완결성이었다면, 21세기 인류가 심어야 할 사과나무는 바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이다. UN(국제연합)에서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된 밀레니엄개발목표(MDGs)를 종료하고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전 인류와 국가가 실천해야 할 국제사회의 공동목표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합의하였다. 인류의 보편적 문제(빈곤종식, 질병, 교육, 성평등, 난민, 분쟁 등)와 지구 환경문제(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오염, 물, 생물다양성 등), 경제·사회문제(기술, 주거, 노사, 고용, 생산 소비, 사회구조, 법, 대내외 경제)를 2030년까지 17가지 주요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이행하는 국제사회 최대의 공동목표이며, 2015년 제70차 UN총회 및 UN지속가능개발 정상회의에서 193개국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이는 인류라는 종(種)이 지구라는 한정된 자원 안에서 어떻게 하면 공멸하지 않고 번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최후의 실천방침이자 생존 매뉴얼이다.
SDGs는 단순히 ‘우리 모두 더불어 착하게 살자‘는 캠페인이 아니라 전 지구적 기후위기와 가중되는 복합위기 앞에서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UN 회원국 모두가 합의한 희망의 상징이다. 환경적 사과나무 (목표 13, 14, 15)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해양과 육상 생태계를 복원하고자 하는 실천의 표상이며, 사회적 사과나무 (목표 1, 5, 10)는 빈곤을 퇴치하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통해 사회적 붕괴를 막는 지지대이다. 또한 경제적 사과나무 (목표 8, 9, 12)는 순환경제와 책임 있는 소비를 통해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풍요를 누리는 지혜이다.
종말적 지구의 위기 앞에서 SDGs를 실천하는 것만으로 당장 내일의 온도를 바꾸지 못할 수도 있고, 공동체가 무너진 세상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할 지적, 경제적 동력조차 사라질 것이며,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단기적 이익을 쫓는 시장의 논리로는 ‘종말‘이 예견된 상황에서 장기 투자를 하는 것이 어리석어 보일지도 모른다. 이 같은 이유로 ‘내일’이라는 희망의 나무를 오늘 심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모레’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나무 심기를 포기하는 순간, 종말은 확정된 미래가 되지만 반대로 우리가 SDGs라는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 그 행위 자체가 위기의 속도를 늦추고 새로운 가능성의 창을 열게 될 것이다. 사과나무 한 그루가 숲이 되고, 그 숲이 미세 기후를 조절하듯, 개별 기업과 국가의 SDGs 이행은 지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변수가 될지 모른다. 우리 모두 오늘 당장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마지막 순간까지 더 나은 가치를 지향해야만 한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현세대의 미래세대에 대한 마지막 책무이다. 이제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고전적 문구는 “SDGs를 달성하겠다”를 넘어 “ESG경영을 실천하겠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겠다”, “소외된 이웃과 연대하겠다”는 현대적 실천으로 구체화되고 확산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 심는 ‘사과나무’가 되어야 한다. 설령 내일 지구가 멈춘다 해도, 오늘 우리가 심은 이 나무들의 뿌리는 인류가 추구했던 지속가능한 지구와 세계를 지키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그 나무들이 모여 결국 지구의 종말을 저지하는 거대한 방풍림이 될 것이다.
/서득수 지속가능ESG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