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성·의리·결단… ‘말(馬·言)’이 전하는 새해의 메시지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아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설 명절을 앞두고 새해의 다짐을 되새길 수 있는 특별한 여행길을 내놓았다.
말이 지닌 역동성과 용기, 그리고 ‘말(言)’이 담고 있는 성찰과 화합의 의미를 따라가는 ‘경북 말(馬·言) 유적지 5선’이다.
경주 월정교 인근 천관사지는 결단의 장소다.
김유신 장군이 젊은 시절 나쁜 습관을 끊기 위해 아끼던 말을 베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대업을 앞두고 스스로를 단련한 결단의 순간이다. 이곳은 새해를 맞아 ‘버려야 할 것’을 정하는 이들에게 상징적인 장소가 된다. 목표를 세우는 여행이 아니라, 자신을 다듬는 여행이다.
또 상주에서 예천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새해의 다짐을 되새기는 인문 여행에 가깝다.
여정의 또 다른 시작은 상주국제승마장이다. 말의 숨결과 함께 달리는 승마 체험은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곳에는 예부터 말의 안녕과 마을의 번영을 기원하던 ‘마당(馬堂)’ 신앙이 전해 내려온다.
매년 열리는 마당제는 인간과 말이 공존하던 옛 공동체의 기억을 오늘로 불러온다. 붉은 말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한 해의 출발선을 밟는 장소다.
문경 가은읍의 말바위와 마패봉은 영웅의 결단이 깃든 공간이다.
말바위에는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 용마를 얻었다가 잃은 뒤 자신의 경솔함을 깨닫고 새로운 길을 택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마패봉은 암행어사 박문수가 문경새재를 넘다 마패를 걸어두고 쉬었다는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이곳을 걷다 보면 여행자는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김천 감천면의 의마총(義馬塚)은 충절과 의리를 상징한다.
병자호란 때 전사한 주인의 소식을 고향까지 전하고 숨진 말의 무덤이다. 사람들은 말의 충심에 감동해 직접 무덤을 세웠다. 이 작은 봉분 앞에서 여행자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넘어, 신뢰와 동반자의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가 무엇인지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다.
여정의 끝은 예천군 지보면의 말 무덤이다. 이곳에는 동물이 아닌 사람들의 험한 ‘말(言)’을 묻었다는 설화가 남아 있다. 문중 간의 다툼을 멈추기 위해 날 선 말을 종이에 적어 땅에 묻고 화합을 이뤘다는 이야기다.
말을 타고 달려온 여행의 마지막은, 스스로의 언행을 돌아보는 성찰로 마무리된다.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은 “병오년은 붉은 말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되, 예천 말 무덤의 교훈처럼 자신을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한 해”라며 “말의 상징이 담긴 경북의 유적지를 따라가는 여행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여행은 단순한 명소 순례가 아니다. 달리고, 멈추고, 돌아보는 여정이다. 붉은 말의 기운은 앞으로 나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말 무덤의 이야기는 한 걸음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새해의 길 위에서 만나는 경북의 말 이야기는, 여행자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어디로 갈 것인가’보다 먼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여행이라고.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