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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년 만에 다시 움직인 영남만인소…독립운동가 20인 서훈 재평가 촉구

이도훈 기자
등록일 2026-02-11 13:21 게재일 20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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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청서 봉소 의식 열고 서울까지 상소문 행렬
광화문·경복궁 거쳐 청와대 인근서 시민 뜻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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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안동시청 앞에서 열린 제8차 영남만인소 봉소 의식에서 참가자들이 ‘제8차 영남만인소 봉소’ 현수막을 들고 독립운동가 서훈 재평가를 촉구하고 있다. /이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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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제8차 영남만인소 참가자들이 100미터 한지 상소문을 들고 봉소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독자 제공

조선시대 공론 문화의 상징이던 영남만인소가 142년 만에 다시 움직이며, 독립운동가 20인의 서훈을 다시 평가해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안동에서 서울까지 이어졌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 서훈 체계 재검토를 요구하는 ‘제8차 영남만인소’ 봉소가 11일 안동과 서울 일대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안동시청에서 봉소 의식을 치른 뒤 전통 한지로 제작된 대형 상소문을 들고 서울로 이동해 광화문과 경복궁, 청와대 인근까지 행렬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안동시청에서는 두루마기와 유건 차림의 유림과 시민들이 길게 펼쳐진 한지 상소문을 함께 들고 도열했다. 붉은 함에 보관된 상소문을 앞에 두고 봉소 의식을 진행하는 동안 현장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상소문에는 독립운동가들의 공훈을 정당하게 평가해 달라는 시민 1만여 명의 서명이 담겼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세종대왕상 앞에서 상소문을 펼쳐 드는 의식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이 한지 문서를 정성껏 받들고 늘어선 모습에 시민과 관광객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지켜봤다. 과거 유생들이 상소를 들고 한양으로 향하던 전통을 오늘의 방식으로 재현한 장면이었다.

이번 만인소의 핵심 요구는 독립운동가 20인에 대한 서훈 등급 재평가와 상향이다. 대상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과 만주 무장투쟁을 이끈 일송 김동삼을 비롯해 김상옥, 나석주, 박은식, 신석구, 이동녕, 이동휘, 이봉창, 이상설 등이 포함됐다. 시인 이육사와 여성 독립운동가 윤희순에 대해서도 현 등급보다 높은 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집행위원회는 현재의 독립유공자 서훈 체계가 1962년 제정 이후 큰 틀의 재검토 없이 유지돼 왔다고 보고 있다. 당시 제한된 사료와 정치적 환경 속에서 이뤄진 평가를 지금의 연구 성과와 자료 축적 수준에 맞게 다시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남만인소는 1792년 사도세자 신원 상소에서 시작된 조선 선비들의 집단 상소로, 공론을 제도적으로 구현한 기록 문화로 평가된다. 이 기록물은 2018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에 등재됐다. 이번 봉소는 이러한 공론 전통을 계승해 역사 정의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린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황만기 집행위원장은 “이번 만인소는 과거를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현재의 기준으로 역사적 공훈을 다시 살피자는 요구”라며 “충분한 연구와 사료가 축적된 만큼 국가 차원의 책임 있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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