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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지휘자 백윤학에게 반하다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6-01-29 16:23 게재일 2026-01-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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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페스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브리&데즈니’ 대구 콘서트

온몸으로 리듬을 타며 오케스트라 지휘
‘듣는 행위’에서 ‘보는 경험’으로의 확장
영화음악 너머 관객과 호흡하는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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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페스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브리 & 디즈니’ 콘서트에서 백윤학 지휘자가 관객의 호응에 하트로 팬 서비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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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주 뮤지컬 배우의 보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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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윤학 지휘자와 서울페스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난 24일,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 서울페스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브리 & 디즈니’ 콘서트를 관람했다. 이날 공연은 영화 음악을 넘어,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하나의 축제였다.

공연장을 찾게 된 계기는 우연히 본 영상 한 편이었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기보다 음악과 함께 춤을 추듯 몸을 맡기는 지휘자의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주인공은 ‘춤추는 지휘자’로 알려진 백윤학 지휘자였다. 화면 너머로도 전해지던 에너지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공연장으로 이어졌다.

공연 당일, 콘서트하우스 로비는 관객들로 가득 찼다. 디즈니 영화 음악 공연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 관객, 특히 아이들과 함께한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공연 전 사진 촬영 금지 안내가 반복되었고, 이는 오히려 무대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공연이 시작되자 백윤학 지휘자의 존재감은 단숨에 무대를 장악했다. 그는 온몸으로 리듬을 타며 오케스트라를 이끌었고, 그 지휘는 음악을 ‘듣는 행위’에서 ‘보는 경험’으로 확장시켰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흐르는 동안 관객석은 자연스럽게 그의 손끝과 몸짓을 따라 움직였다. 클래식이나 영화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쉽게 몰입할 수 있는 무대였다.

곡이 끝날 때마다 무대 뒤로 사라지는 연출은 공연의 긴장을 조율하는 장치처럼 작용했다. 본격적인 연주가 이어질수록 이러한 퍼포먼스는 음악적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솔로가 특히 인상 깊었다. 묵직한 첼로의 선율은 가슴을 천천히 파고들며 깊은 울림을 남겼고, 그 여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무대 뒤편에서 1인 다역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며 연주를 이어가던 연주자들의 모습 또한 눈길을 끌었다. 실로폰을 현란하게 두드리며 이어진 ‘이웃집 토토로’의 선율은 음악이 가진 순수한 즐거움을 떠올리게 했다.

공연의 정점은 앙코르 무대에서 찾아왔다. 디즈니의 수많은 공주를 노래해 왔다는 이희주 뮤지컬 배우의 목소리는 맑고 단단했다. ‘디즈니 12공주 메들리’가 시작되자, 공연장은 어느새 동화 속의 성처럼 느껴졌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각자의 기억 속 장면을 하나씩 꺼내어 가슴에 안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곡 ‘레잇고’를 부를 때는 관객과 배우와 오케스트라가 하나로 연결되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지휘자의 관객에 대한 배려였다. 본 공연 동안 촬영이 금지된 대신, 2부 종료 후 사진과 영상 촬영을 허용하며 풍성한 앙코르 무대를 선사했다.

‘이웃집 토토로’의 ‘산책’, 히사이시 조의 ‘Summer’, 그리고 이어진 이희주 배우의 디즈니 공주 메들리는 공연의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백윤학 지휘자는 관객들이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여유 있는 제스처와 포즈로 무대를 함께 즐겼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서울페스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이름 그대로 ‘페스타(Festa)’, 즉 축제의 의미를 무대 위에 구현해냈다. 엄숙함 대신 즐거움을, 거리감 대신 소통을 선택한 공연이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연히 찾은 연주회였지만, 음악이 남긴 감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날의 공연은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고, 음악이 일상이 되는 순간을 관객에게 선물했다.

/손정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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