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삼경(四書三經)은 유교의 핵심 경전 7권을 묶어 부르는 말로, 개인의 수양에서부터 가정, 조직, 국가 운영의 원리까지 담고 있는 동양 전통 사상의 근간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서 출발해 ‘조직과 나라를 어떻게 운영하는가‘까지 답하는 동양 최고의 경영·인문 고전이다. 많은 기업이 새 해가 되면 신년사나 취임사, 경영전략 등에서 혁신을 말한다. 스마트팩토리, AI, 자동화, ESG 경영까지 구호는 넘치지만 성과는 미미하고 오래가지 못한다. 수십 년간 반복된 이 실패의 원인을 최신 기술이 아니라 2000년 전 고전인 사서삼경에서 찾아보면 의외의 답이 보인다.
대학(大學)은 조직운영의 기본 구조를 제시한다. ‘명명덕(明明德), 사람 안에 양심·도덕성·인간다움을 깨우고 드러내는 것, 신민(新民), 타인과 사회를 함께 새롭게 성장시키는 것으로 인재육성, 조직문화 혁신, 고객가치 창출, 지어지신(止於至善), 가장 선한 경지에 이른다. 일시적 성과가 아닌 궁극적·지속적 완성 상태를 추구‘라는 삼강령(三綱領)과 격물·치지·성의·정심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로 이어지는 팔조목(八條目)은 혁신의 단계적 논리다.
오늘날 제조 혁신 언어로 바꾸면, 격물(格物),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탐구하는 것으로 현장 문제를 정확히 보고, 치지(致知), 앎을 극진히 하는 원인을 규명하며, 성의(誠意), 뜻을 성실히 수행하는 진정성 있는 실행 의지를 세우고, 정심(正心), 사사로운 감정·편견을 배제한 공정한 판단, 수신(修身), 리더의 자기관리와 역량강화로 먼저 변하며 조직 전체로 확산시키는 과정이다. 많은 기업이 격물과 치지를 건너뛰고, ‘치국‘, 즉 전사 혁신 선포부터 시작한다. 자사가 처한 대내외 상황 분석을 토대로 비전을 설정하고, 목표를 정하는 준비과정 없이 혁신 경영을 선포하는 것은 예고된 실패 결과다.
중용(中庸)은 혁신이 왜 지속되지 않는지를 정확히 짚는다. 중용은 타협이 아니라 최적의 균형이며, 일상 속에서 끊임없는 실천함이다. 제조 현장에서 중용은 품질, 원가, 납기, 안전 중 하나만을 극단적으로 추구하지 않는 것이며, 이벤트 혁신이 아닌 매일의 표준 준수와 작은 개선의 축적이다. 논어(論語)는 사람이 근본이며, 인(仁), 예(禮), 신뢰, 리더의 언행일치를 말한다.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말처럼 사람을 단순한 도구로 대하는 조직에서 혁신은 자라지 않는다. 법과 처벌은 한계가 있고, 제도보다 인간의 마음이 중시될 때 자발적 동기부여가 된다. 맹자는 민본(民本)사상, 정의와 공정을 말한다. 현장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에 맞추고, 납득되지 않는 운영 제도와 평가 체계는 단기 성과는 가능하나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제조기업 혁신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 원칙, 그리고 지속성이다. 대학은 혁신의 방향을, 중용은 혁신의 균형과 지속성, 논어와 맹자는 혁신의 인간적 토대를 제시한다. 고전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오늘날 제조 혁신이 잃어버린 가장 근본적인 경영 교과서가 된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