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물었다. 매일 아침 눈 뜨면 제일 먼저 보는 것이 무엇이냐고. 혹시나 다른 답이 나올까 기대했는데 누구나 똑같은 대답이다. 휴대폰이다.
우리나라에서 휴대폰이 대중화된 시기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이다. PCS의 도입으로 요금이 크게 낮아지면서 가속화가 되어 십대나 이십대에도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 당시는 통화시간, 문자 메시지 건당 별도의 요금이 부과되었다.
지인의 아들은 그 당시 학생이었다. 새로 사귄 여자 친구는 휴대폰이 있었다. 매일 저녁 집전화기로 그 친구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 하루의 일들을 주고 받았다. 한 달 후 나온 전화요금에 아들은 얼굴이 노랗게 질렸다. 엄마도 놀라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무려 160만원의 전화요금이 부과된 것이다. 초창기에 있었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이다.
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사라져버린 것 중 대표적인 것이 삐삐와 공중전화다. 전화 보급률이 높지 않았던 때에는 거리 곳곳에 공중전화 부스가 있었다. 전화를 걸기 위해 사람들은 동전을 바꾸고 부스 앞에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부스 안 사람의 통화가 길어지면 밖의 길은 점점 더 길어졌다. 참지 못한 사람이 부스를 두드려가며 빨리 통화 좀 끝내라고 언성을 높이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가끔 길을 걷다보면 아직도 공중전화 부스가 보인다. 옛날의 그 바쁨은 휴대폰에 밀려 찾아주는 사람 하나 없이 덩그렇게 놓여 먼지가 쌓여가는 모습이 왠지 측은하다. 사용처를 잃어버린 것들은 한때의 활발함은 사라지고 거기에 있는지조차 잊혀지고 있다.
TV를 보다보니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의 기존 개념을 깬 행보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우주로 쏘아 보내던 기존의 로켓은 천문학적인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일회용이었다. 이 회사의 로켓은 다회용이다. 한 로켓은 올해 31번을 재사용했다.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경쟁 회사조차도 위성을 쏘기 위해 이곳에 의뢰를 한다고 했다.
더 나아가 스타링크라는 것도 한국에 들어왔다. 우리가 쓰는 휴대폰은 기지국이라는 것을 세워 통신을 하는 시스템이다. 기지국 하나를 세우는데 많은 돈이 들어간다. 스타링크는 위성을 이용하는 것이라 기지국과 상관없이 지하든, 바다든, 동굴이든 어느 곳에서도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5년 이내에 통신사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견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삐삐나 공중전화가 없어지듯이 기지국이 사라질 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사라짐이 아쉬운 것은 기계를 새로 배워야 한다거나 하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물건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속에 담겨 있던 많은 추억과 기억이 함께 소멸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공중전화에 얽힌 사연이 한 가지쯤은 있지 않을까.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없는 듯 덩그렇게 서 있는 공중전화 부스가 눈에 들어온다. 몇 번을 지나쳐가면서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우리 과거의 이야기들이 함께 스러져가는 것을 보는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스쳐 간다. 한 때는 사회의 주 구성원으로 젊음과 열정을 불태웠던 우리의 남편, 이웃들이 일선에서 물러나 널널해진 시간과 적막 앞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두커니 있는 모습과 오버랩 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사회가 급격하게 변할지 예측이 어렵다고들 한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없어지는 것들이 더 많이 생겨날지도 모르는데 그와 함께 사라져버리는 추억과 기억들은 잡을 수 없는 것들이다.
손 안에 여전히 쥐어져 있고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거의 한 몸처럼 함께 움직이는 휴대폰도 어느 날 무용지물이 되어 버릴지 모른다. 이미 서랍 속에 존재도 희미하게 드러누워 있는 구형의 휴대폰처럼 말이다. 휴대폰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와 기억들은 또 어디론가 사장되어 버릴 것이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었던 전화번호와 사진 등을 이야기하며 추억을 더듬고 있을 미래가 있을지 모르겠다.
/전영숙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