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호 현 시장 우위 속 여·야실책 등 향후 정치변수가 승부 가를 듯
구미는 한국산업화를 이끈 우리나라 국가산업단지의 주요 거점이자 박정희 대통령을 배출한 보수의 성지(聖地)로, 보수 색채가 짙은 지역이다. 그러나 구미는 또 대구·경북 이외 타지역 출신이 비교적 많고 젊은 층 인구 비중 또한 상대적으로 높아 경북도내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기도 하다.
그간 경북도내 역대 기초지자체 선거에서는 국민의 힘 소속이나 같은 성향의 무소속 후보가 대부분 시장·군수로 선출됐다. 그러나 구미에서는 지난 2018년 민선 7기 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세용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을 낳았다. 구미가 보수성향의 TK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진보 성향의 지지세 또한 만만치 않고 선거 변수에 따라 판세가 뒤집힐 수 있는 선거구임을 입증한 것이다.
국민의 힘 지지기반이 전통적으로 강한 경북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출한 이력을 가진 구미는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중동(靜中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거 6개월 앞둔 1월 현재 구미시장 선거는 국민의 힘의 경우 김장호 현 시장을 제외하곤 출마의사를 밝힌 인물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게다가 김 시장의 시정운영 능력에 대한 평가 역시 긍정적이고 시민들의 지지세 또한 굳건해 당내 무경선 선거등판 전망까지 점쳐지고 있다.
김 시장은 반도체 특화단지와 방산클러스터 등 대규모 국책사업이 유치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수십조 원의 투자가 이뤄질 전국 최대 규모의 최첨단 AI데이터센터 건립 계획 등 민선 8기 시장 재임 중 투자 유치 규모가 8조2000여 억원에 이를 만큼 구미 경제산업 혁신에 공을 들여왔다. 또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유치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와 구미라면 축제 등을 전국적으로 주목을 끄는 행사로 발전시켰다.
이밖에 대구·경북신공항 시대를 앞두고 구미 ~ 군위간 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이끈데 이어 국가산업단지 밀집도시로서 문화선도산단과 탄소중립산단을 유치하고 상생형 구미 일자리 확대에도 행정전문가 출신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왔다.
김 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신규 제조공장의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한때 위기를 겪었던 구미 산업 생태계가 국책사업 유치와 대기업·중소기업의 구미 투자확대로 다시 활기를 띠게 됐다”며 “고향인 구미를 경제활력과 젊은 문화가 더욱 충만한 도시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 힘 관계자는 “ 공천심사에서 김장호 시장을 대적할 만한 뚜렷한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시민들의 지지율 또한 견고한 현재 분위기가 계속 유지된다면 김 시장의 무경선 후보 선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접수하고 있으나 인물난 속에 뚜렷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구미시장 잠재 후보로 거론됐던 김재우 구미시의회 문화환경위원장은 2일 “기초의원 예비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라며 시장출마 소문을 부인했다.
민주당 내에서 구미시장 출마 입장을 공식 표명한 후보는 1월 현재 4차례 국회의원선거 출마 이력이 있는 경북 구미 갑 김철호 지역위원장뿐이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이 호남을 독식하고, TK지역은 국민의 힘 소속만 선출되는 왜곡된 지역편중 정치구도를 타파하고 싶다 “며 출마 이유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계엄 사태 등으로 국민의 힘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는 만큼 이번 선거는 민주당에게 유리한 판세”라며 △대경선내 KTX 구미산단·약목역 신설 △ 국가산단 기업·기술지원 강화 등 준비공약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더불어민주당의 권 모 씨와 친민주당 성향의 구미지역 기업인 출신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18년 민주당 불모지역인 경북에서 유일하게 단체장에 당선됐던 장세용 전 구미시장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장 전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신청에 대해 “직접 신청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내심 전략공천을 통한 후보 추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장 전 시장은 1일 “현 김장호 시장의 반도체 등 IT 투자 유치 실적과 구미지역 인프라 확대 등은 전임시장인 자신이 조건과 토양을 마련해 준 덕분”이라며 선거출마를 염두에 둔 듯한 미묘한 발언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구미지역 관계자에 따르면 경쟁력이 있는 확실한 후보가 출마를 강행한다면 굳이 장 전 시장 본인이 출마할 이유가 없으나 인물 부재 속에 민주당이 전략공천을 통해 장 전 시장의 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요청한다면 거부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더불어 민주당 일각에서는 지역내 인지도를 가진 참신한 인물이 나서지 않고는 현역프리미엄이 있는 현 김장호 시장과 맞대결할 경우 참패가 뻔하다며 "구시대 낡은 인물이 아닌 새 인물 위주의 전략공천이 더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구미시장 후보에 민주당 내 인물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개혁신당 경북도당은 선거를 앞두고 임시비대위 체제를 구성하고 후보 발굴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후보들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 개혁신당은 구미시장 후보에 대해 중앙공관위의 전략공천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개혁신당 경북도당은 젊은 층 인구비중이 높고 중도 표심이 산재한 구미 시장 선거에서 국민의 힘과 더불어 민주당 양강구도를 깨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정치신인 후보의 출마를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진보당 등 진보혁신정당간 연대와 민주노총소속 노조 세력을 기반으로 한 진보성향 후보추대 가능성과 무소속 후보 등판 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선거 판세에는 큰 영향을 끼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당 관계자들은 김장호 시장의 현직 프리미엄 효과와 친보수 성향 단체들의 탄탄한 조직력, 보수우위의 정치성향을 가진 지역기반 등을 더불어민주당 등 상대 후보들이 얼마나 잠식할지 또는 뒤집을 수 있을지 여부가 이번 구미지방선거의 관전포인트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지방선거는 예상밖으로 높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지지율, 민주당의 독선적 정치운영 행태와 부패스캔들, 통일교 사건, 정치인들의 갑질행태 등 각 정치 이슈에 따라 선거표심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외연확장보다는 내부 결속에 중점을 두었던 장동혁 당대표의 선거전략 실책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국민의 힘에 대한 심판 여론이 내란재판 진행에 따라 확대될 경우 구미는 경북도내 선거구중 정치지형 판도가 가장 쉽게 흔들릴 지역이기도 하다.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