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토크 형식으로 지방 소멸 논의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지역이 스스로 활로를 찾는 해법을 제시한 한 권의 책이 안동 지역 사회의 문제의식과 고민을 차분히 끌어냈다.
9일 안동시청 영남홀에서는 시민과 지역 관계자 등 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권백신 전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의 저서 ‘지역을 활기차게 31가지 백신 처방’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책 소개를 넘어 안동이 처한 현실과 지방 정책의 방향을 공개적으로 짚는 자리로 꾸려졌다.
출판기념회는 저자의 일방적인 강연이 아닌 사회자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권 전 대표가 함께 단상에 올라 대담을 나누는 토크 형식으로 진행됐다. 대담 초반에는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지역 일자리 부족 등 안동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가 화두로 제시되며 현장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권 전 대표는 지역 정책 논의의 출발점으로 지방 스스로의 정체성 정립을 강조했다. 지방이 어떤 도시를 지향하는지에 대한 방향 설정이 분명하지 않으면 정책 설계나 중앙정부에 대한 요구 역시 힘을 얻기 어렵다는 점을 짚으며, 중앙 정책에 대한 의존이 반복돼 온 지방 행정의 한계를 언급했다.
정책 설계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권 전 대표는 “농업·관광·산업을 하나의 틀로 묶어 접근해 온 기존 방식에 대해 현장의 다양성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며 “세대와 기능, 지역 특성에 따라 정책의 결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전 대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자치단체장이 행정을 관리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며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중앙 정책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지방의 목소리는 전달되기 어렵다”며 “협력을 위해서도 지역이 먼저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전 대표는 안동의 사례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안동의 고민이 한 지역의 이야기로만 남지 않고, 지방이 공통으로 마주한 현실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지역이 먼저 방향을 정리하고 준비해야 정책 논의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출판기념회는 책을 매개로 안동의 현실을 공유하고 지방 정책의 구조적 문제와 방향을 공개적으로 짚어본 자리로 마무리됐다. 행사장에서 던져진 질문들이 향후 지역 사회와 정책 논의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글·사진/이도훈기자 l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