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신년특집]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최적지는 대구

장은희 기자
등록일 2026-01-01 05:45 게재일 2026-01-02 9면
스크랩버튼
Second alt text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예정지인 대구 동구 혁신도시 내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케이메디허브 제공

K-덴탈 산업은 한국 의료기기 수출의 버팀목이자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산업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공공 연구 인프라는 미비한 실정이다.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은 국가 보건의료 연구체계의 공백을 메우고 치의학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과제다. 복지부는 용역을 통해 연구원 설립 필요성을 인정하고 내년 공모 추진을 예고했다. 설립지 선정을 앞두고 각 지역의 유치전이 본격화된 가운데, 대구가 왜 가장 타당하고 전략적인 입지인지를 국가적 관점에서 조명하고자 한다.

◇치과산업은 세계적 경쟁력, 그러나 기초연구는 취약

대한민국 치과의료기기 산업은 의료기기 산업 전체의 성장을 견인해 온 핵심 분야다. 치과용 임플란트를 비롯해 디지털 진단 장비, CAD·CAM 시스템, 3D 프린팅 기술까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치과 의료기기 산업의 생산 규모는 약 11조 원, 수출액은 7조 원을 넘어섰다. 수입은 1조 원 수준에 그쳐 무역수지 흑자 폭이 크고, 전체 의료기기 수출의 약 45%를 치과 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한국 의료기기 산업의 실질적인 수출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산업의 외형적 성장과 달리, 이를 뒷받침할 국가 차원의 연구·정책 인프라는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 기초연구는 대학과 개별 연구자에게, 제품 개발과 상용화는 기업에 맡겨진 채 연구·임상·산업이 분절적으로 움직이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기업 중심의 연구개발은 시장 수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인 원천기술 축적이나 공공성을 띤 연구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치의학은 재료공학, 기계공학, 생명과학, IT가 결합된 대표적인 융합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영역을 통합·조정하며 중장기 전략을 설계할 국가 연구기관은 부재하다. 기초기술과 정책 연구가 약한 구조에서는 현재의 산업 경쟁력 역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민간이 감당하기 힘든 기초연구와 공공 R&D를 책임질 국립 연구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회 위원장은 “치과 분야는 연구 성과가 임상으로, 임상 데이터가 다시 산업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도 취약하다”며 “병원은 풍부한 임상 경험을 축적하고도 이를 표준화된 데이터와 정책 연구로 연결하기 어렵고, 기업은 단기적 제품 개발은 가능하지만 장기적 기술 축적에 한계를 느낀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장은 “대구에 연구원이 설립되면 이러한 구조적 공백을 해소하고, 치의학 연구와 산업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재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econd alt text
대구시는 구랍 13일 호텔수성 수성스퀘어에서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 유치를 위한 심포지엄’을 열고 연구원 대구 유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다졌다. /대구시 제공

◇ 국립치의학연구원이 갖는 전략적 기능

국립치의학연구원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연구 기능뿐만이 아니다. 치과 분야는 기초연구–임상검증–산업화가 긴밀히 맞물려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다. 따라서 연구원은 실험실 중심의 연구소가 아니라, 실제 환자 진료와 산업 현장을 동시에 아우르는 ‘실증형 연구 거점’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원은 기초 재료와 디지털 원천기술 개발을 국가 차원에서 주도할 수 있다. 3D 프린터용 고성능 레진, AI 기반 진단 소프트웨어, 정밀가공 장비 등 고난이도 기술은 산업화를 위한 안정성과 신뢰성을 요구하며, 이는 공공 연구소가 맡아야 할 과제다.

또 연구원은 제품 상용화를 위한 인허가 과정의 기술 검증을 담당할 수 있다. 현재 의료기기 인허가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며, 특히 신제품일수록 개발기업에 큰 부담이다. 연구원이 사전 기술평가와 위험도 분석을 통해 식약처 심사와 연계되면, 신제품 출시 주기가 단축되고 기업의 R&D 부담도 완화된다.

아울러 연구원은 제도 개선의 기반 역할을 맡는다. 치과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로서, 의료기기법의 일반적 규율만으로는 적절한 관리가 어렵다. 치과 특화된 기술과 품목을 반영한 별도의 기준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구원은 이러한 정책 수립의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다.

권대근 경북대치과병원장은 “치과병원장 입장에서 보면 대구는 연구원이 설립될 경우 즉시 실증 연구가 가능한 조건을 이미 갖춘 도시”라며 “치과대학과 치과병원뿐 아니라 상급종합병원 5곳, 다수의 의과대학이 집적돼 있어 임상 기반이 매우 탄탄하다. 연구개발, 임상, 산업화가 하나의 축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권 병원장은 “특히 연구 성과를 실제 진료에 적용하고 다시 데이터를 축적하는 순환 구조가 중요한데, 첨복단지를 중심으로 한 연구단지 조성은 중개연구와 실용화를 묶어주는 핵심 요소”라며 “대구는 이미 이 기반을 갖췄고, 연구원이 설립되면 바로 다음 해부터 실질적인 연구와 임상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Second alt text
대구시는 구랍 18일 동인청사에서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 유치에 속도를 내기 위해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주재로 유치 추진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대구시 제공

◇대구는 산업·인프라·인재 삼박자 갖춘 최적지

연구원 입지 선정은 정치적 안배가 아니라 실효성과 파급효과를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구는 압도적 우위를 가진다.

대구는 산업적 기반이 튼튼하다. 대구·경북은 치과용 임플란트, 핸드피스, 3D 스캐너 등 국내 치과 의료기기 생산의 65%, 수출의 80% 이상을 담당한다.

현재 대구에는 12개 종합병원과 약 3900개 의료기관이 운영 중이며, 치과 관련 기업만 50여 곳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생산액은 약 3200억~4000억 원 수준이며, 전국 치과 의료기기 수출의 약 20%를 대구가 담당한다.

대구에는 인프라가 집적돼 있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케이메디허브), 대구테크노파크, 경북대 치과병원 등 의료산업을 뒷받침할 연구·지원 기관들이 모여 있다. 이미 치과 전시회·세미나·산학연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연구원이 설립될 경우 빠른 안착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케이메디허브 역시 치과 분야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대구는 국내 유일의 동종 골이식재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있으며, 관련 소재 가공과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는 의료 소재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도 시작해 향후 5년간 의료진과 산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러한 인프라는 국립치의학연구원이 들어설 경우 즉각적인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강점으로 작용한다.

김헌태 케이메디허브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장은 “기업은 세계 시장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지만, 장기적 기초연구까지 자체적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며 “국립치의학연구원이 설립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혁신의 씨앗을 제공받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대구는 기업 수와 수출 기여도가 높아 투자 대비 성과가 가장 잘 나타날 수 있는 지역”이라며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대구에 연구원을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Second alt text
국민의힘 강대식(대구 동구·군위을) 의원이 구랍 13일 대구 호텔수성 수성스퀘어에서 열린 ‘2025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치의학 연구원 대구 유치 당위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장은희기자

◇국가경쟁력 확보 위한 미래 100년 투자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은 대한민국이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가운데, 국민 구강건강 향상과 미래 헬스케어 산업을 선도할 국가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다. 정부는 바이오·의료기기 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설정했지만, 실제 치과 분야의 국가차원 R&D 투자는 산업 기여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산업이 국가에 기여한 만큼, 이제는 국가는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투자로 응답해야 한다.

대구는 AI 연구를 위한 기반이 튼튼하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디지스트, 경북대 IT대학 등 연구기관들이 모여 있다. SK가 8000억 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AIDC)를 구축할 예정인 수성알파시티에는 의료-AI 융합 기업이 밀집돼 있다. 특히 정부의 5500억 원 규모 AX(AI융합)사업이 예타 면제로 선정되며, 그 핵심 분야인 의료·로봇 산업 중 치의학도 포함돼 있다. 

김호진 경북대 치과대학 교수는 “AI 기반 치과 진단과 치료 기술은 이제 막 본격화되는 단계로, 대구는 데이터, 병원, 인력, 산업이 집약된 최적지”라며 “실제 경북대 치과병원은 10년 전부터 디지털 덴티스트리를 도입했고, 3D 프린팅을 활용한 보철 제작 기술까지 일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기술은 보기엔 화려하지만 실제 작업 시간이 많이 드는데, AI가 적용된다면 효율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연구예산과 인프라를 갖춘 대구는 AI 기반 치의학연구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대구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