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도 논의 중 보수 지지 기반 다지고, 당내 장악력 확대 포석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리더십을 다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보수진영 전직 대통령을 만나 조언을 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변화’를 다짐해온 장 대표가 이를 계기로 외연 확장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대표가 새해를 맞아 포항 출신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한다. 두 사람 만남은 다음달 2일이 유력하다. 장 대표 측 관계자는 “아직 최종확정 된 건 아니지만 이 전 대통령을 뵙기 위해 꾸준히 만남을 요청드려왔다”고 전했고, 이 전 대통령 측도 “장소 등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또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예방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보수 지지 기반을 다지고 당내 장악력 확대라는 포석이 깔렸다. 장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은 지난 3일 사과를 거부하면서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 당내 반발을 샀다. 그러나 이후 제1야당 대표로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필리버스터에 직접 나서면서 보수진영에서 긍정 평가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장 대표가 보수 진영 전직 대통령을 만나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의원 20여 명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장 대표를 개인적으로 모르지만 당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외연을 확장하려는 장 대표에게 실용주의가 트레이드마크인 이 전 대통령을 만나는 건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보수 대통합 등 외연 확장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은 “분명히 변화를 보일 것이고, 당이 국민에게서 비판받는 부분에 대해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 통합할 건 통합하고 또 사과해야 할 부분은 사과해야 하고, 그 다음에 앞으로 나가야 할 비전을 제시할 건 제시해야 한다”며 “장 대표의 고민이 있을 것이고 지도부가 이런 부분을 지금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장 대표가 보수대통합 차원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의 만남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장 대표와의 회동에 대해 “크리스마스를 지나 (통일교 특검 등에 대한) 공동 투쟁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지방선거 연대에는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당내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과의 만남도 주목하고 있다. 아직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한 움직임은 없지만 새해에 양측 간 소통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전 대표와의 화해 무드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장 대표는 25일 친한계 일각이 장 대표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한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고리로 유화적 손짓을 하는 데 대해 “필리버스터의 절박함과 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