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 이후 30여 년간 해결하지 못한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가 최근 ‘강변여과수·복류수’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동안 지자체 간 갈등으로 해결점을 찾지 못했던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강변여과수·복류수’라는 새로운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또한 강변여과수가 해묵은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본지는 ‘강변여과수·복류수’ 방안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해묵은 대구취수원 이전 해법이 될 수 있는지를 알아봤다. <편집자 주>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 해법으로 떠오른 ‘강변여과수’와 ‘복류수’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와 관련해 ‘강변여과수’와 ‘복류수’가 공식적으로 언급이 된 건 지난해 10월 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에서다. 이날 이 대통령은 “대구취수원이 구미 해평으로 이전을 추진하다 잘 안되고, 안동댐 이전으로 변경됐다가 다시 해평으로 논의된 상태로 알고 있다”면서 강변여과수와 복류수 취수 방식을 언급했다. 이는 지자체 간의 갈등으로 해결되지 못했던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에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강변여과수’와 ‘복류수’의 가장 큰 장점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나 공장 설립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없어 지역 간 갈등이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또 지난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도 “낙동강 인근 복류수나 강변여과수를 쓰는 게 더 현실적이고 낫다는 결론에 이른 것 같다. 학술적·과학적으로도 그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비슷하지만 다른 방식인 ‘강변여과수’와 ‘복류수’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는 하천 인근의 충적층을 이용해 물을 취수하는 간접 취수 방식이라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취수 방식이다. 강변여과수는 하천에서 20m 이상 떨어진 지점에 깊이 20~50m의 우물을 설치해 하천 바닥의 여과수를 취수하는 방식이다. 하천의 원수가 하천 바닥의 모래·자갈층으로 구성된 필터(Filter)층을 통과하며 토양흡착, 미생물분해 등이 이뤄져 양질의 원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강변여과수를 이용해 취수할 경우 문산·매곡 정수장보다 TOC(총유기 탄소량)가 약 60% 개선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하천 바닥에서 모래·자갈층으로 구성된 필터(Filter)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과 충분한 수량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 하천 지하수위 저하로 인한 인근 지역 반발도 우려된다. 이에 반해 복류수는 하천 바닥에 모래·자갈층으로 구성된 매트리스를 인공적으로 깔아 취수하는 방식이다. 하천 깊이 5m 내외 지점에 매트리스를 매설하는 방식이기에 강변여과수보다 상대적으로 시공 난도가 낮다. 또 하천 지하수위 저하가 미비해 인근 지역 반발 우려도 없다. 다만, 강변여과수보다는 수질이 조금 낮은 편이다. 실제 복류수를 이용해 취수할 경우 문산·매곡 정수장보다 TOC(총유기 탄소량)는 30~40% 정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도 지난 17일 업무보고에서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를 필터링하면 거의 1급수 수준까지 올라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타 지지체 적용 사례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는 이미 여러 지자체에서 운영되고 있는 방식이다. 복류수는 국내 대부분의 수계 중·상류 지류 하천에서 2만t 미만의 소규모 시설(116개소)에서 운영 중으로 평균 취수율은 70.3%이다. 낙동강 62개소, 한강 56개소, 금강 13개소, 영산강·섬진강 11개소 등이다. 이중 경북지역에서는 안동, 포항, 김천, 경주, 문경, 영주, 상주, 예천 등이 복류수로 취수하고 있다. 강변여과수는 수질이 낮은 낙동강 본류 중·하류에서 주로 운영되고 있다. 창원(4곳 취수장), 김해, 함안, 의령 등이 강변여과수로 취수하고 있으며, 평균 취수율은 54.3%이다.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로는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로는 대구시가 필요한 수량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예전 구미 해평취수장으로 이전에서는 하루 30만 t의 물을 공급하는 방안으로 추진됐고, 안동댐으로의 이전에서는 하루 46만 t의 물을 공급받는 방안으로 추진됐다. 실제 취수원 이전으로 대구시가 필요한 수량은 하루 60여만 t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로는 필요한 수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현재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강변여과수’와 ‘복류수’의 물의 양이 3만~8만여 t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각 지자체가 자신들이 필요한 만큼의 물만 취수하고 있는 것으로, 강변여과수와 복류수 취수로 필요한 수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장재욱 대구시 맑은물하이웨이 추진단장은 “현재 정부가 대구취수원 이전과 관련해 ‘강변여과수’와 ‘복류수’의 장·단점을 충분히 고려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찾고 있다”며 “대구 문산·매곡 취수장과 가까운 지역에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류수는 충분한 수량을 위한 것이고, 강변여과수는 수질을 위한 방안으로, 이 두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면 수량과 수질 면에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변여과수’와 ‘복류수’가 추진되지 않았던 이유는.
‘강변여과수’와 ‘복류수’가 최근 대구취수원 이전의 해법으로 제시되면서 그동안, 이 방안을 추진하지 않았던 이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여 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를 검토하지 않았던 것 이유를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장재욱 대구시 맑은물하이웨이 추진단장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 이후 취수장을 구미공단 위로 옮겨야만 제2의 페놀 유출 사고로부터 시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판단은 대구시가 한 게 아니라 낙동강 수계를 관리하는 정부가 여러 방안을 강구했고, 사고로부터 안전한 곳이 구미 해평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변여과수’와 ‘복류수’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 당시 타 지자체의 운영 사례를 봤을 때 대구시가 필요한 만큼의 많은 수량을 취수하는 지역이 없었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또 “‘강변여과수’와 ‘복류수’가 수질과 수량에 있어선 매우 적합한 방안이긴 하지만, 낙동강 페놀 유출과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말 안전한가에 대한 문제는 앞으로 검토해 봐야 할 사안”이라며 “구미 해평 이전, 안동댐 이전, 강변여과수와 복류수 취수 등 여러 방안을 두고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타당성 및 기본계획 용역을 정부가 올해 초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취수원 이전 앞으로의 과제는
이재명 정부에서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지면서 기대도 커지고 있긴 하나, 우려의 목소리도 뒤따르고 있다. 30여 년간 해결되지 못한 큰 이유 중 하나가 ‘정치적인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극적으로 체결된 ‘대구-구미 맑은물 나눔과 생생발전 협정’도 다음 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대구, 구미 단체장이 바뀌면서 결국 무산된 사례가 있다. 물론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는 타 지자체와의 마찰이 없다. 하지만, 기존 ‘맑을물 하이웨이’ 추진을 위한 특별법을 추진한 정치권의 입장과 내년 지방선거로 선출되는 새로운 대구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는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 오롯이 대구 시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겠다는 명분으로만 추진되어야 한다”며 “명분에 벗어난 정치적 잣대가 드리워진다면 시민과 국민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