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주 클락스빌에 통합제련소···2029년부터 단계적 상업생산 미 정부 ‘핵심광물’ 13종 중 11종 생산···한미 경제안보 협력 대표사례
고려아연이 미국 전쟁부(국방부)와 상무부와 협력해 미국 내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를 위한 대규모 제련소 건설에 나선다. 투자 규모는 약 10조원(66억 달러·Capex 기준)으로, 운용자금과 금융비용을 포함하면 총 11조원(74억 달러)에 이른다.
고려아연은 미국 전쟁부·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테네시주 클락스빌(Clarksville)에 ‘미국 제련소(U.S. Smelter)’를 건설하기 위한 공동 투자에 합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 제련소는 2026년 부지 조성과 기반 공사를 시작해 2027년 본격 착공에 들어가며, 2029년부터 단계적 가동과 상업생산을 목표로 한다. 연간 약 110만t의 원료를 처리해 아연·연·동 등 비철금속과 귀금속, 전략광물을 포함한 총 54만t 규모의 최종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 품목은 아연·연·동 등 기초금속과 금·은 등 귀금속을 포함해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카드뮴, 팔라듐,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전략광물, 반도체용 황산 등 총 13종이다. 이 가운데 11종은 미국 내무부가 지정한 ‘2025년 최종 핵심광물 목록’에 포함된 품목이다.
고려아연은 테네시주 클락스빌의 니어스타(Nyrstar) 제련소 부지를 인수해 약 65만㎡(약 20만평) 규모의 통합제련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해당 부지는 지반과 배수, 지하수 여건이 우수하고 물류 접근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미국 내 유일한 아연 제련소가 약 50년간 운영돼 온 지역으로, 관련 공정 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 수백 명의 고용 승계가 가능하다. 전력 공급 단가도 상대적으로 낮아 제련 원가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의 각종 지원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번 투자는 고려아연이 세계 최대 핵심광물 수요처 중 하나인 북미에 전략적 생산 거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AI), 방위산업 등 전략산업이 집약된 지역으로, 핵심광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미국 현지에서 원료와 스크랩을 조달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수출 규제, 물류 차질 등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총 11조원 규모의 자금은 고려아연과 미 정부 간 장기적 전략 파트너십 구조로 조달된다. 우선 미 전쟁부와 투자자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21억5000만 달러(약 3조2000억원)가 투입되며, 고려아연은 이를 바탕으로 현지 법인을 설립해 제련소 건설과 운영을 담당한다.
미 상무부는 CHIPS법에 따라 장비 조달 등을 위해 2억1000만 달러(약 3100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미 정부는 고려아연의 생산 확대 물량 중 일부에 대해 우선적 매수권(preferred access)을 갖게 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의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거래”라며 “미국은 항공우주·국방·반도체·AI 등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전략광물을 대규모로 국내에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파인버그 미 전쟁부 부장관은 “이번 투자는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미국 내 아연 제련소와 핵심광물 가공시설을 건설하는 결정”이라며 “테네시주에서 75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략광물 공급 병목을 해소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제련소의 세계 최고 수준 비철금속 제련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미국 제련소에 적용할 계획이다. 온산제련소 핵심 인력을 조기 파견해 초기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고 기술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미국 통합제련소 건설을 계기로 항공우주·방위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 공급의 전략적 파트너로 입지를 강화하겠다”며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