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나투안시에 6만평 규모 농기계 제조공단 3단계로 조성 토지 75년 임대·관세·지방세 면제··· “동남아 수출거점으로 키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필리핀에 한국 농기계 전용 공단을 조성해 동남아시아 농기계 수출 거점으로 육성한다.
농식품부는 10일(현지시간) 필리핀 누에바에시하주 카바나투안시에서 열린 ‘한국농기계전용공단’ 착공식에 김정욱 농업혁신정책실장이 참석해 공단 조성의 출발을 축하하고 양국 간 농기계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농업부 장관, 상·하원 위원장 등 필리핀 주요 인사와 한국 측 이상화 주필리핀 대사, 김신길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국내 농기계 업체 대표 등도 함께 했다.
‘한국농기계전용공단’ 조성 사업은 농업 기계화를 추진 중인 필리핀 정부와 동남아 시장 진출 확대를 모색해온 국내 농기계 업계의 이해가 맞물려 추진돼 왔다. 2017년 필리핀 농기계연구소가 한국농기계조합에 현지형 농기계 개발 등 협력을 요청한 것을 계기로 2023년에는 한국농기계조합이 필리핀 대통령에게 공단 설립을 제안하고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2024년에는 관세·지방세 면세, 인프라 지원 등 필리핀 측 지원 내용을 담은 추가 MOU가 마련됐다.
공단은 국내 기업 투자를 기반으로 2026년부터 2034년까지 카바나투안시 19만8347㎡ 부지에 단계적으로 조성된다. 1단계(2026~2028년)와 2단계(2029~2031년) 그리고 3단계(2032~2034년) 모두 6만6115㎡씩 부지에 3단계에 걸쳐 농기계 제조공장과 관련 시설이 들어선다. 필리핀 정부는 공단 부지에 대해 75년 장기 임대와 함께 도로·전기·통신·용수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세·지방세 면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공단 조성이 한국산 농기계의 동남아 수출 확대와 필리핀 농업의 생산성·품질 향상에 동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로 수출하는 농기계 수출은 전체의 4.3%(2024년 기준)에 그치지만 수출 규모는 2023년 3700만달러에서 2024년 5200만달러로 늘어나는 등 성장세가 뚜렷하다. 특히 동남아 가운데 필리핀 비중이 60%(2024년 기준)에 달하고, 필리핀 수출액도 900만달러(2023년)에서 3100만달러(2024년)로 급증해 우리 기업이 생산·판매 거점으로 삼기에 유리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국내 농기계 업계는 필리핀 공단을 전진기지로 삼아 현재 북미에 73%(2024년 기준) 집중된 수출 시장을 동남아 등으로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올해(1~10월) 전체 농기계 수출은 미국 관세 부과, 물류비 상승 등 대외여건 악화에도 11억17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8.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정욱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축사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양국 모두에게 농업 및 농기계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도 필리핀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과 진출 기업 지원을 통해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 정부 관계자들에게 한국 기업들이 공단을 차질 없이 조성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