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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린이집이 사라지고 있다

등록일 2025-10-28 15:58 게재일 2025-10-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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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폐원한 어린이집이 노인주간보호센터로 바뀌는 공사가 한창이다.

저녁을 먹고 동네 산책을 하다가 제법 규모가 있는 어린이집이 공사 중인 걸 발견했다. 처음엔 다시 새 단장을 하나 보다 여겼는데 밖에 나온 쓰레기 자루를 보니 내부를 완전히 비우는 중이었다. 궁금해 현관에 붙은 안내문을 들여다보니 ‘2026년 3월 1일 노인주간보호센터로 만나겠습니다’로 적혀있다. 저출산의 여파가 실제 내가 사는 동네 골목까지 스며들고 있다니 순간 놀랐다. 공사 중인 어린이집이 지금은 중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이 어릴 적 다녔던 곳이라 그간의 추억도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한참을 머무른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시간 연장 어린이집 교사를 구하는 채용공고를 냈던 어린이집이었다. 갈수록 줄어드는 원생 수와 경영난에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폐원을 한 거였다. 산책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찍은 사진을 보여 주며 이제는 동네 가까이에 어린이집이 하나도 없는 현실을 마주한다. 그러고 보니 최근 아침에 어린이집 차량을 기다리는 부모와 아이들을 잘 못 본 듯싶다. 주위의 아파트가 적잖이 있어도 이제 저출산과 고령화는 어디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초저출산을 겪고 있는 지금,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어린이집이 사라지는 수가 해마다 2,000개 가 넘는다고 한다. 시설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원아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인 것이다. 이미 소규모 가정어린이집은 거의 사라져 찾아볼 수도 없다. 대도시에서 그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북도 그 수가 상당하다. 경북은 최근 5년간 어린이집의 28.5% 사라졌다. 2025년 3월 기준 1234곳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가 50만 명 아래가 된 포항에서도 마찬가지다. 포항시 여성가족과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년간 105개의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고 올해 10월 현재까지 30여 개의 어린이집이 폐원했다고 전했다. 현재는 국공립어린이집 15개를 포함해 224개가 운영 중이다.

곁에서 육아의 어려움을 견딜 수 있게 한 동반자 같은 어린이집이었다. 하지만 워킹맘들은 가까이에서 어린이집이 사라지면 누구보다 심각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있는 엄마들과의 대화도 다들 어린이집 이야기가 많다.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부터 지역맘카페를 비롯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알아보느라 한 달가량은 정신없이 보낸다. 그렇게 선택한 어린이집이 폐원한다면 고민이 깊어진다.

5살 아이를 둔 30대 워킹맘 김모씨(포항시 북구 우창동)는 “이제는 가까이에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다른 동네 유치원으로 바꿔서 보내긴 하는데 이런 상황이 반갑지 않다. 내가 사는 아파트 맞은편 빈 건물도 수년 전에 요양원으로 바뀌었다. 옆에 있는 태권도 학원마저 위태로워 보일 정도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이 초저출산으로 인해 원생 수를 못 채우고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건 일정 부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아이가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폐원되는 어린이집도 여러 곳이다. 갑작스럽게 육아의 공백이 발생하게 되고 그 몫은 부모에게로 돌아온다. 무조건 어린이집이 사라지고 부모들에게 고민을 안겨주기보다 필요가 있는 곳에서는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모들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들어달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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