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불법대리수술 근절을 외쳐온 시민단체들이 행정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문제가 된 병원들이 기소돼 재판을 받는 등 과정에서도 각종 홍보 및 광고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는 관할 행정기관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국민연대, 국민생명안전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의료행위를 한 병원 등의 불법 의료광고 및 대리수술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분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보건소 앞에서 “의료광고가 국민의 생명을 거래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서초보건소의 묵인과 복지부의 미온적 대응은 국민의 건강권을 방기하는 행정유기”라고 비판했다.
이들이 서초보건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이유는 불법의료행위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Y병원 관할 기관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Y병원의 경우 지난해 국감에서 뿐 아니라 이번 국감에서도 다뤄지는 등 정치권에서도 주시하고 있다. Y병원의 불법 대리수술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며, 해당 병원과 관련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책임 회피와 소극적 행정이 도마 위에 올라 집중 질타를 받았다. 이번 국감에서 강중구 심사평가원장은 “대리수술과 관련된 의료법 위반 조사는 보건소 소관이라 직접 개입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관할 행정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불법의료행위 혐의가 있는 병원에 대한 조치에 나서야 향후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연대 이근철 상임대표는 Y병원이 국감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되고, 법적으로도 재판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광고를 지속해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Y병원이 자가혈소판풍부혈장(PRP) 치료와 기질혈관분획(SVF) 주사를 마치 연골이 재생되고 조직이 복원되는 획기적인 치료법인 것처럼 광고해왔다”며 “이는 명백히 의료법상 허용되지 않는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 의료기술평가과 및 관련 부서에 직접 문의한 결과, PRP와 SVF 시술은 통증 완화 및 기능 개선을 돕는 보조적 치료에 불과하며, 연골 재생 효과를 입증할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복지부가 공식 공문을 통해 PRP 및 SVF 시술은 연골 재생 목적의 치료로 인정할 수 없으며, 해당 표현을 사용하는 광고는 의료법 위반임을 명시했음에도 병원은 이를 무시한 채 홍보를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자 의료기관으로서의 윤리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시민단체는 “이것은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환자의 절박한 심리를 악용한 의료 사기 수준의 행태로,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행정기관의 적극적 조치를 촉구했다.
실제 Y병원은 대리수술(유령수술) 및 무면허 의료행위, 진료기록부 허위작성 등의 혐의로 형사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명의로 언론을 통한 홍보·광고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행·의정감시네트워크중앙회 김선홍 중앙회장은 “이미 의료법 위반으로 재판 중인 병원이 또다시 같은 불법 광고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관할 보건소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보건행정기관이 오히려 불법을 방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할 보건소는 즉시 Y병원의 의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업무정지 및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며 “복지부도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불법 의료광고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들은 다수의 주요 언론 매체에서도 불법의료행위 혐의를 받는 병원들의 광고가 이어진다면서 언론 책임 또한 무겁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의료법 제56조를 들어 의료광고에서 △객관적 사실의 과장 △치료효과 오인 유발 △신문·방송 등 매체를 이용한 전문가 의견 형태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점을 지목하고 있다. 의료법상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시민단체들은 서초구 보건소에 공식 진정서를 제출했다. 시민단체들은 진정서에서 Y병원 사례를 들며 “의료광고는 생명을 거래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의료기관과 이를 묵인한 행정기관, 검증 없이 보도한 언론 모두가 공범”이라며 “허위·과장 광고로 국민을 속이고 환자를 유인하는 행태가 근절될 때까지 시민사회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