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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최고가’ 포항 쓰레기 봉투···시민 부담 완화 노력은 ‘글쎄’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5-10-23 17:39 게재일 2025-10-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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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ℓ 기준 900원… 도내 평균 3배
청소예산 재정 자립도 30% 불과
생활폐기물 처리 주민 부담률도 
38% 달해 타 지자체보다 ‘월등’
시민들 “생활비 부담 커졌는데
쓰레기 배출 감량 행정은 미비”
처리 비용 감소 방안 마련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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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20ℓ 종량제 봉투. 한 장 가격은 900원으로 경북 지역 최고 수준이다.

포항시의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은 경북에서 가장 비싸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포항시가 쓰레기 배출량을 제대로 줄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쓰레기 배출량이 줄면 시민이 부담할 비용을 낮출 수 있는데, 포항시가 배출감소를 위해 제대로 노력하는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20ℓ 기준 포항의 종량제봉투 가격은 900원으로 대구시(670원) 보다 230원 비싸다. 또 구미시(600원) 보다 300원, 경주시(350원) 보다 550원, 군위군(240원) 보다 무려 660원 비싸다. 2022년 이후 동결됐지만, 경북 평균(313원)을 훌쩍 넘는다.

임동욱 포항시 청소행정팀장은 “‘사용자 부담 원칙’에 기반하며 수거비 외에도 한국환경공단이 부과하는 폐기물 처리 부담금, 소각·매립 비용, 인건비가 모두 포함된다”며 “2018년부터 새로 생긴 부담금이 특히 크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의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 지침’에 따르면 지자체는 생활폐기물 처리비용과 지역 여건을 반영해 주민부담률을 산정하고 봉투 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지자체가 생활폐기물 등을 소각 또는 매립할 때 발생량에 따라 부담금을 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폐기물 발생량이 많은 도시일수록 구조적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셈이다. 포항시는 인구 약 50만 명, 공업·항만 기능을 갖춘 도시라는 점에서 생활·산업폐기물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 

포항시의 재정 구조도 ‘비싼 봉투’의 이유다.

포항의 2024년 청소예산 재정자립도는 30.2%다. 2023년에는 34.7%였다. 지자체가 청소·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등에 쓰는 총 예산 가운데 지방세·세외수입 등 자체 수입으로 충당하는 비율을 뜻하는 청소예산 재정자립의 비율이 높을수록 외부 의존도가 낮고 자립적 재정 운영이 가능하다. 

생활폐기물 처리비용 중에 시민이 직접 부담하는 비율인 주민부담률도 37.7%에 달한다. 쓰레기 처리비용의 3분의 1 이상이 시민의 지갑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포항시는 환경관리원 300여명의 인건비만 연간 200억원에 생활폐기물 수거 대행비가 80억 원에 달하는데 반해 봉투 판매 수입은 연 130억 원에 그쳐 재정 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포항의 도시 구조도 비용을 끌어올린다. 공단 지역과 원룸촌, 상가 밀집지와 항만이 공존하는 복합도시인 포항은 수거 효율이 떨어지고 처리비용은 그만큼 늘어난다.

다른 지자체들이 주민 부담을 줄이려고 종량제봉투 가격 인하에 나서는 것과 대조적이다. 임동욱 청소행정팀장은 “종량제봉투 정책은 생활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구분해 버리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시민 참여가 높아야 처리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재호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적정한 부담이 있어야 시민들이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면서도 “행정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쓰레기 배출 감량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포항의 원룸촌과 주택가에는 여전히 재활용품과 음식물쓰레기가 뒤섞인 봉투가 쌓인다. 한 시민은 “생활비 부담만 더 커졌다”라고 꼬집었다. 

포항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소속 박칠용 의원은 “인구 감소와 시민 배출 의식 향상 때문에 포항의 쓰레기 배출량이 감소한 것이지, 포항시의 노력이 주요하게 작용하지는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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