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영양읍 2시간 동안 ‘가스 불통’…순간 실수가 낳은 역대급 사고

장유수 기자
등록일 2025-10-22 14:54 게재일 2025-10-23 5면
스크랩버튼
사전 예고 없는 공급 중단에 주민·상인 불편 속출···업체·행정 모두 ‘관리 부실’ 도마에
영양군 LPG배관망 집단공급사업체 영양시티에너지 본사 전경. 지난 2019년 5월부터 영양군내 4400여 세대에 LPG를 공급하고 있다. /장유수 기자

영양군 영양읍내 전역이 갑작스러운 ‘가스 불통’ 사태에 휩싸였다. 영양읍내 한 주택 굴착공사 중 지하 가스관이 파손되면서 예고 없이 가스 공급이 전면 중단된 것이다.

사고는 지난 21일 오후 5시쯤 발생해 약 2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이때문에 영양읍내 식당과 피자점, 치킨점, 카페 등 상인들과 주민 수백여 명이 저녁 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사고 직후 영양시티에너지측은 “영양읍 동부리에 거주하는 김모씨가 자택 정비를 위해 굴착 장비를 사용하던 중 가스관이 손상돼 공급이 중단됐다”며 “즉시 안전 조치를 취하고 복구 인력을 투입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정상화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스가 끊긴 시점은 퇴근과 저녁 식사 준비가 한창인 시간대였다. 영양읍내 식당이며 피자, 치킨점과 빵집·분식점 등 소상공인들은 영업을 중단하거나 손님을 돌려보내야 했다.

영양읍내 시장에서 한식점을 운영하는 조모씨(66)는 “손님이 몰리던 시간인데 음식조리를 할 수 없어 모두 돌려 보냈으며 예약받은 손님들께도 사정을 얘기하고 취소통보 했다”며 “장사 망친 건 둘째치고 예고도 없이 이렇게 가스가 끊기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39)는 “커피머신과 오븐이 전부 가스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멈춰서 영업을 접었다”며 “이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관리 부실”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단순한 사고로 보기 어렵다. 책임은 회피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이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영양읍 주민 김모씨(56)는 “가스는 생활의 필수 기반시설인데, 사전 안내도 없이 중단된 건 명백한 관리 부실”이라며 “공급업체도 문제지만, 이런 사고를 예방·감독해야 할 행정기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현행 규정상 가스 공급업체는 지역 배관망 관리 및 긴급 복구 체계를 유지해야 하고, 지자체는 안전 점검과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다. 그럼에도 사고 발생 즉시 주민들에게 사전 안내나 긴급 알림 문자는 발송되지 않았다.

영양군 관계자는 “사고 경위와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며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합동으로 현장을 점검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피해 상황이 확인되는 대로 영양시티에너지측과 협의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 불신은 여전하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설비 파손을 넘어 기초 인프라 관리 체계의 허술함과 위기 대응 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도시가스협회 관계자는 “지방 중소도시일수록 기반시설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사전 경보 시스템과 긴급 안내 체계를 상시화해야 한다”며 “가스시설 인근에서 공사를 할 경우 사전 협의·안내 절차를 강화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스 공급은 이날 저녁 7시 무렵부터 순차적으로 복구됐다.

/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북부권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