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종 적기 놓쳐 수확량 급감 우려···고령군, 기술지도·부직포 지원 등 비상대책 마련
“씨마늘은 준비됐고, 밭도 다 갈아놨는데 비가 그치질 않으니 들어갈 수가 있어야지요. 이러다 올해 마늘 농사는 시작도 못 하고 끝나는 것 아닌지 걱정입니다”
마늘 재배면적이 약 855ha으로 경북 3대 마늘 주산지인 고령군이 이례적으로 잦은 가을비 때문에 파종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파종 적기인 10월 중순을 넘기고 있지만, 연일 계속되는 비로 논밭이 뻘밭으로 변하면서 농기계 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늘은 파종 시기가 수확량과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통상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파종을 마쳐야 마늘이 겨울을 나기 전 땅속에 충분히 뿌리를 내릴 수 있다. 파종이 늦어지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씨마늘이 겨울철 동해(凍害)를 입기 쉽고, 이는 곧바로 다음 해 수확량 급감과 상품성 저하로 이어진다.
특히 올해는 고령군이 야심 차게 보급한 ‘주아 1세대 우량 씨마늘’을 손에 쥔 농가가 많아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농민들은 좋은 씨마늘로 고품질 마늘을 생산하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궂은 날씨가 발목을 잡고 있다.
우곡면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수십 년 농사지으면서 10월에 이렇게 비가 자주 온 것은 처음”이라며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지금 심어도 늦는데 앞으로 며칠은 더 비 예보가 있으니 하늘만 원망스럽게 쳐다볼 뿐이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고령군농업기술센터도 비상에 걸렸다. 센터는 각 농가에 배수로를 정비해 물 빠짐을 서두르고 비가 그치는 즉시 파종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권문정 고령군농업기술센터소장은 “지금이 마늘 파종의 거의 마지막 기회라고 봐야 한다”면서 “만약 10월 하순까지 파종이 늦어지면 비닐을 덮어주는 시기를 조절하고 추가적인 영양 관리를 하는 등 후속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관련 기술 지도를 위해 현장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늦어진 파종으로 뿌리가 활착하기 전 한파가 올 것에 대비해 농가에 부직포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병휴기자 kr583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