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반출 문화재 기록 재조명
문경도자기박물관이 일제강점기 조선 공예품 반출 실태를 기록한 ‘조선공예전람회도록’을 토대로 한 자료집 ‘조선공예전람회로 본 근대공예’를 발간했다.
이번 자료집은 단순한 전시 안내서가 아니라, 당시 반출된 우리 문화유산의 현황과 그 가치, 그리고 시대적 흐름을 다시 짚어내는 학술 성과로 평가된다.
자료집은 우선 20세기 전반 일본이 ‘백화점 시대’를 맞던 상황에 주목한다. 당시 일본의 대형 백화점은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전시와 문화 교류의 무대였으며, ‘조선공예전람회’가 이곳에서 열리며 조선의 도자기와 공예품이 전시·판매되었다. 이번 발간본은 이러한 도록 자료를 통해 조선 공예품이 어떻게 일본 사회에 소개되고 소비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20세기 초반 일본 사회에는 고미술 수집 열풍이 불었고, 이 과정에서 도자기·금속기 같은 공예품이 회화와 조각 못지않은 미술품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공예(工藝)’라는 근대적 개념도 이때 정립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조선의 공예품은 일본의 시각에서 ‘동양미술의 일부’로만 소비되며, 그 본래 맥락과 가치는 축소·왜곡되었다. 자료집은 이러한 당시의 흐름을 비판적으로 짚으면서, 조선 공예가 근대기 어떤 위치에 놓였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조선공예전람회도록’에는 1930년대 조선 도자기의 일본 반출 사례가 풍부하게 기록돼 있다. 백자와 분청사기, 청자 등 다양한 조선 도자기의 사진과 규격, 제작 기법이 남아 있어, 현재 학계가 원형을 확인하고 소재를 추적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문경을 비롯한 조선 도자기의 역사적 위상과 일본 내 소비 양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다.
도록에는 도자기뿐 아니라 석불, 석탑 조각, 석등 등 한국 석조문화유산의 반출 사례도 수록돼 있다. 이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수집가와 상인들에 의해 대거 반출된 문화재로, 지금도 일본 박물관과 개인 소장품으로 흩어져 있다. 자료집은 이러한 기록이 오늘날 원형 복원과 환수 논의의 기초 자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전통 도자기의 고장인 문경에서 이번 자료집 발간은 지역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문경도자기박물관이 앞장서 발굴·연구한 성과는 지방 박물관도 국가적 학술 과제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향후 근대 공예사 연구와 문화재 환수 논의의 중요한 토대가 될 전망이다.
백설매 문경시 문화예술과장은 “이번 자료집 발간은 단순히 옛 도록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반출된 유물의 존재와 원형을 확인하는 첫걸음”이라며 “앞으로 국민적 관심과 연구가 이어져 환수와 보존 논의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