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매일신문 독자권익위원회 9월 정례회의
경북매일신문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서진국) ‘2025년 9월 정례회의’가 28일 본사 1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권익위원들은 이날, 지난 9월 한 달간 경북매일에 실렸던 기사들을 되짚어 보며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독자권익위원들의 경북매일 지면에 대한 의견과 건의사항을 정리했다.
△서진국(전 포항시 북구청장) = 17일 자 1면 톱에 따르면 포항시가 영일만항을 물류·에너지·철강 분야의 벌크화물 거점항만으로 육성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해양수산부가 수도권 집중 해소와 북극항로 선점을 위해 국정과제로 확정한 데 따른 것으로, 지역 경제 회생의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포항시는 그간 국제컨테이너부두, 역무선부두 등 북방교역 인프라를 구축해왔으며, 정부의 2026년 시범 운항과 2027년 상업항로화 계획은 해양 경쟁력 강화의 청사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철강 산업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포항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사업이 지역 산업 다변화의 실질적 계기가 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인프라 확충 속도와 예산 조달 역량, 민간 기업 유인책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언적 의미에 그칠 우려가 있다. 고(故) 박태준 회장이 포스코 건설 당시 “우향우 정신”으로 난관을 돌파했듯, 정부와 포항시는 과감한 투자와 혁신적 파트너십 구축으로 북극항로 시대의 주도권을 잡아야 할 것이다.
△이상준(향토사학자) = 12일 자 3면 ‘60여 년 일월문화제 내달 개최’ 기사는 지역 문화유산 계승의 중요성을 환기한 의미 있는 보도였다. 10월 11~12일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우리는 이곳에서 살며 놀았다’를 주제로 지역의 정체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교육 프로그램과 현장 투어(9월 23~26일)에는 청하중학교 박창원 전 교장, 천진기 전 국립민속박물관장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역사적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언론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지역 고유의 신화와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은 단순한 축제가 아닌 공동체적 기억을 복원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행사 전후 관련 이슈를 심층 보도해 인식 확장에 기여하길 바란다.
△박춘순(전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장) = 12일 자 3면에 게재된 ‘우리는 이곳에서 살며, 놀았다 60여 년 ‘일월문화제’ 내달 개최' 제하의 기사를 읽고 문화제의 주제를 재미있게 선정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축제는 추석 연휴의 마지막 주말에 열려 지역민뿐 아니라 귀성객과 관광객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축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포항의 대표 관광지인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열리는 만큼, 지역 고유의 역사와 신화를 바탕으로 한 상징성과 의미가 한층 강조될 것이라 기대된다. 이 문화제를 주관하는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의 바람처럼 “포항 시민의 삶과 기억을 공유하는 문화의 장에서 전통과 현대, 시민과 예술인이 어우러져 포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함께 노래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미정 ODS 다문화교육연구소 포항지사장 = 17일자 5면에 실린 ‘다문화 색안경? 전혀 없어요’ 기사는 칠곡군 다문화 가정의 사례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중국·파키스탄 출신 까오 마령·소하일 부부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하며 자녀들은 이중언어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다. 이는 다문화가 ‘차이’가 아닌 ‘사회적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여전히 다문화 가정을 타자화하거나 연민하는 시선이 남아있어 공존의 기회를 저해한다. 진정한 다문화 이해는 언어·문화 차이를 ‘장벽’이 아닌 ‘풍요로움의 원천’으로 인식하는 실천적 태도에서 시작된다. 포용적 사회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시민의식 개선이 시급하다.
△신현자(라온재심리상담연구소장) = 24일 자 12면에 게재된 '지금은 아빠들도 육아휴직시대’제하의 기사에 따르면, 최근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참여가 뚜렷하게 늘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 민간기업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증가하는 추세인 것이다. 전통적으로 육아는 여성의 몫으로 인식되었으나, 이제는 아빠의 공동 양육 참여가 아이의 건강한 성장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주저하는 배경에는 사회 전반의 부정적 시선과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대신 일할 사람은 있지만 대신 해줄 아빠는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인용하며 아빠의 육아휴직을 적극 추천하는 내용이 마음에 남았다.
△류영재(전 포항예총 회장) =25일 자 19면 ‘법사위 난장판 매일 봐야하는 국민은 괴롭다‘ 제하의 사설을 답답한 마음으로 읽었다. 국회 법사위가 연일 난장판이라 이를 보는 국민의 마음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더 큰 문제는 ‘법안통과의 관문’인 법사위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까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눈앞에 닥친 민생경제와 외교안보 위기를 고려하면 지금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타개책을 마련해야 할 중대한 시점인데, 타개는커녕 맞대기만 하면 난장판이니 괴로울 수밖에. 추미애 위원장이 국민의 힘 간사 선임을 국회사상 유례없는 방식으로 무산시킨 것이 파행의 도화선이 되었다. 해법은 보이지 않고 매일 난장판을 봐야 하는 국민들의 스트레스는 극심하다. 추석이 가까워지자 도심 곳곳에 정치인들의 명절인사 현수막이 요란하게 펄럭이고 있다. 인사를 받고도 즐겁지 않은 현수막이나 난장판인 국회나 보지 않을 권리는 국민에게도 있음을 저들은 과연 모르는 것일까? 알면서도 저럴까?
△황병기(전 포항시 도시해양국장) =17일 자 5면에 실린 ‘1000원 주택’을 잡아라···100가구 모집 첫날 500명 신청‘이라는 기사가 흥미로웠다.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19세 이상~ 45세 이하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올해 100가구를 공급하는 포항시의 ‘1000원 주택’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라는 내용이다. 입주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힌 모 지원자는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0만 원의 원룸에 사는데, 관리비 10만 원을 포함하면 주거비로 매달 40만 원이 나간다“라면서 “하루 1000원, 월 3만원으로 최대 4년간 거주할 수 있어 월세를 대폭 줄일 수 있고 나머지는 저축해서 목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밝혔다. 청년이 바로 도시의 미래다. 포항시는 올해 100가구를 시작으로 5년간 5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라 하며, 이것이 청년들의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노정구(포항대 학생입학처장) = 25일 자 5면에 게재된 ‘골목길의 진정한 가치는 변치 않는 이야기’라는 기사를 읽으며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대구 중구의 ‘근대골목’에 대한 이야기다. 이 길은 서문시장과 약전골목, 계산성당, 제일교회, 3·1 만세운동길 등이 연결된 역사 탐방로이다. 민족시인 이상화의 고택과 국채보상운동 주역 서상돈의 자취, 화가 이인성의 감나무, 삼성 창업주 이병철의 옛터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곳으로 몇 차례 방문해 본 기억이 있다. 이 골목의 투어가 한국관광 100선에 여러 차례 선정됐으나, 세계적인 명소로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프랑스 리용의 중세 돌길과 비밀 통로 트라불(Traboules), 이탈리아 피렌체의 골목길처럼 스토리텔링을 보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도시 요소요소의 이름 없는 골목을 탐방하며 골목길의 다층적 의미를 재발견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야기 없는 골목이 어디 있겠는가.
△이형(포항학산종합사회복지관장) = ‘포항·경주공항, APEC 전용 국제공항으로’ 제하의 기사를 관심 있게 읽었다. 평소 국내선만 운영하는 ‘포항·경주공항’이 경주 APEC 기간 동안 ‘글로벌 CEO 전용 공항’으로 탈바꿈하여 글로벌 CEO 전용기 이착륙을 도맡을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10월 28~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2025’에는 글로벌기업 CEO와 임원, 수행원 등 17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며, 정교한 입국 절차를 갖추고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2~3차례 리허설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도시 인근에 공항과 항만시설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포항·경주공항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길이 2133m, 폭 46m 활주로는 작은 비행기만 수용할 수 있어서 대형 전용기를 갖춘 CEO는 이용할 수가 없다. 이번 기회에 공항 시설의 확충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민규(포항 대동중 교장) = ‘포항 철강산업·예술의 융합··· 숨쉬는 기계전’ 제하의 기사를 읽고 전시장인 ‘동빈문화창고’를 찾았다. 오는 10월 18일까지 개최되는 이 전시는 지역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산업 유산 ‘철’과 ‘예술’이 결합된 현대미술의 진수를 보여주었으며, 포항이 지닌 독특한 문화적 자산을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조명한 수준 높은 전시였다. 전시장은 과거의 냉동창고를 개조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산업 유산과 예술이 공존하는 장소의 역사성과 포항의 산업적 맥락을 반영함으로써 더욱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러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의 숫자가 기대보다 많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